모더나 창업자 "첨단 약물전달시스템, 인간 건강에 엄청난 영향"

입력 2023-04-14 11:46
모더나 창업자 "첨단 약물전달시스템, 인간 건강에 엄청난 영향"

로버트 랭거 MIT 교수, 한국생물공학회 국제심포지엄 기조강연



(제주=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첨단 약물 전달 시스템은 인간의 건강에 이미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모더나 창업자 로버트 랭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038340]) 교수는 14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한국생물공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 및 국제심포지엄'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소개했다.

랭거 교수는 인체에 약물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약물전달시스템을 연구하는 세계적 석학으로, 1천570편 이상 논문을 내고 1천400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창업에도 활발해 40개 이상 기업을 창업했으며, 그가 2010년 창업한 모더나는 코로나19 발발 직후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빠른 속도로 개발하기도 했다.

랭거 교수는 27살이던 1976년 큰 분자를 다른 물질로 감싸 체내에 전달하는 약물전달시스템을 소개한 연구를 발표했을 때, 연구자들이 다가와 당신이 말한 것을 믿지 않는다고 말한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학계에서는 아주 작은 분자는 체내에 전달할 수 있어도 단백질이나 핵산 같은 큰 분자는 파괴될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심지어 MIT 교수에게도 약물전달 컨셉을 설명하자 담배 연기를 얼굴에 뿜으며 '다른 직업을 찾는 게 낫겠다'고 했지만, 연구를 이어간 끝에 혈관신생 억제제 등 새로운 약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mRNA 등 다양한 물질을 체내에 전달하는 연구는 모더나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이 공개된 지 이틀 만에 mRNA 백신을 디자인하고, 두 달 만에 사람에게 주사하는 데 성공한 사례로 이어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mRNA 백신은 코로나19뿐 아니라 암 백신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며 지난해 12월 모더나가 공개한 흑색종 mRNA 백신 임상 결과를 공유했다. 이에 따르면 mRNA 백신과 미국 머크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병용한 환자군은 단독 사용한 환자군보다 피부암 재발이나 사망이 44%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랭거 교수는 이외에도 새로운 약물전달시스템을 개발해 다양한 건강관리 기술에 응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고분자 물질로 약물을 가둔 뒤 특정 시간대에 약물을 전달하는 '실(SEAL)' 기술은 세 차례 맞아야 하는 백신을 한 번만 맞고 약물을 접종 시기마다 방출하는 형태로 대체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 자신이 창업한 생명공학기업 '린드라'가 개발한 링크스(LYNX)는 위장에 들어가면 우산처럼 팔을 펼치는 알약으로, 약물을 오랜 기간 배출하는 강점이 있어 피임약 등에 활용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피임약으로 활용한 임상 2상에서 한 달 내내 임신 가능성을 20분의 1로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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