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발언대] "큰 임팩트 낼 일 해보겠다 창업했죠"
최저가 '쇼핑 앱'으로 돌풍 일으키는 강재윤 레브잇 대표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1990년대부터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이커머스(E-Commerce)로 불리는 전자상거래가 쇼핑 문화를 확 바꾸어 놓았다.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받던 쇼핑이 언제 어디서나 몇 번의 클릭만으로 가능해졌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초저가(최저가)를 기치로 내걸고 빠르게 위상을 높이는 레브잇(LEVIT)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에 있는 사무실에서 강재윤(29) 레브잇 대표를 인터뷰했다.
◇ 과학고 출신 3인방이 택한 창업 아이템은
레브잇은 스마트폰 앱 기반 이커머스 서비스인 올웨이즈(Alwayz)를 운영한다.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를 나온 강 대표가 고교 및 대학 동문인 이현직(30), 박상우(29) 씨와 함께 2021년 3월 설립했다.
강 대표와 호흡을 맞추는 공동창업자 두 사람은 '3인' 스타트업에서 전체 팀원 20명 규모로 성장한 레브잇의 셀러(공급자), 유저(소비자) 부문 팀을 각각 이끌고 있다.
강 대표는 레브잇을 세우기 전에 전동킥보드 공유 플랫폼인 디어의 공동창업자 겸 CTO(최고기술책임자)로 2년간 일하면서 회원 70만명 규모 서비스로 키웠다고 한다.
레브잇은 그가 새로운 도전 영역으로 선택한 두 번째 창업인 셈이다.
강 대표는 어떤 사업을 할지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없던 상태에서 레브잇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무엇이든 큰 임팩트를 낼 일을 해보자는 목표만 세우고 회사 이름부터 정했다는 것이다.
레브잇은 '날개'라는 뜻의 라틴어(Levit)에서 따왔는데, 높이 날아오르는 성장을 이루겠다는 비전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 기존 유통 구조의 비효율 "바로 이거다"
세 사람이 사업 아이템 논의 단계에서 큰 임팩트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의기투합한 분야는 다름 아닌 이커머스 시장이었다.
기술 발달에 힘입어 큰 자본을 들이지 않고도 거래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게 된 이커머스는 대기업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레드 오션으로 변한 게 현실이다.
이들은 그러나 유통 구조를 들여다보고서 새 시장을 개척할 기회가 많다고 판단했다.
"기존 이커머스 업계에 수많은 비효율이 있습니다. 사람을 많이 고용하고 그걸 기반으로 영업하고, 상품과 가격 관리를 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죠."
강 대표는 소매시장의 비효율 문제를 풀어 소비자가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게 하고, 판매자에게는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레브잇의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말했다.
레브잇은 그 비전에 맞춰 출범 6개월 만인 2021년 9월 초저가 플랫폼을 표방하는 올웨이즈를 내놓았다.
올웨이즈는 온오프라인 시장을 통틀어 가장 저렴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선 소비자 가격을 이루는 주된 요소인 판매자 마케팅(광고) 비용을 최대한 줄여주고, 중개수수료는 업계 최저 수준으로 맞추는 경영 전략을 추구한다.
강 대표는 "다른 판매 플랫폼에 그대로 있는 동일 상품이 20%가량 저렴하게 판매되는 구조"라며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처럼 최저가 판매 전략이 품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레브잇은 또 친구나 지인 등 두 사람이 함께할 경우 더 싸게 살 수 있는 팀 구매 같은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올웨이즈에 적용하고 있다.
쇼핑하면서 즐기는 게임이나 이벤트 콘텐츠를 빠르게 늘려가는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강 대표는 소비자를 불러 모을 게임이나 비디오, 소셜 콘텐츠 등 다양한 요소들을 앱에 결합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며 올웨이즈가 이커머스를 넘는 IT 플랫폼에 가깝다고 표현하는 것은 그런 배경에서라고 말했다.
레브잇이 내세운 초저가 전략은 인플레이션 환경과 맞물리면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강 대표에 따르면 앱 출시 5개월 만에 100만명을 돌파한 회원 수가 현재 500만명대로 불어났다.
월간 거래액은 평균적으로 매월 1.2배, 분기마다 1.8배씩 성장해 300억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이 앱을 방문해 쇼핑과 각종 콘텐츠를 즐기는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출시 2년도 안 된 현재 2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레브잇은 실적 증가세가 뒷받침하는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아 유력 투자업체들로부터 지금까지 총 269억원의 자금을 받았다.
강 대표는 인플레이션 여파로 초저가 구매 플랫폼의 성장성이 크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팀원 모두가 '프라블럼 솔버'
레브잇에는 개발자나 디자이너로 불리는 직책이 없다고 한다.
강 대표를 포함해 20명 규모인 팀원 모두가 프라블럼 솔버(문제 해결자)로 뛰고 있다.
직군 개념이 아예 없는 레브잇에서는 전체 조직이 1~3명으로 구성되는 스쿼드별로 문제를 잡아서 해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모든 책임과 권한은 해당 스쿼드와 팀원이 갖는 구조다.
강 대표는 "매일매일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을 어떤 기술이나 도구를 활용해 풀어나가는 것이 스타트업의 본질이자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며 새 팀원을 프라블럼 솔버로만 뽑는다고 말했다.
프라블럼 솔버 역량을 평가하는 자체 기준으로는 7가지(세븐 스탠더즈)를 두고 있다.
매들리 모티베이티드(Madly Motivated, 미친 듯한 동기 부여), 패스티스트(Fastest, 빠르게 사고하고 실행하는 능력), 포커스트(Focused, 몰입), 험블(Humble, 겸손), 리질리언트(Resilient, 회복 탄력성), 스마트(Smart, 뛰어난 직관과 논리력), 임팩트 오리엔티드(Impact Oriented, 임팩트 중심 사고)가 그것이라고 한다.
강 대표는 "급여와 스톡옵션을 합쳐 팀원들에게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준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인재 밀도가 높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닮고 싶은 기업인으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을 거론한 강 대표는 돈을 많이 버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돈을 많이 벌어야 그걸 토대로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더 큰 꿈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올웨이즈 서비스를 기반으로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가장 저렴한 가격의 소비를 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더 나아가서는 생명이든 식량이든 에너지에 관한 문제든, 더 큰 문제들까지 풀어낼 수 있는 그런 조직을 만들어 내는 것이 꿈입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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