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 기밀문건, 러 오도하려 고의로 흘린 허위정보일 수도"
'WSJ기자 부당구금' 美 규정에 "아무 의미 없어…압력 시도 용납불가"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러시아가 미국 정부의 기밀문건 유출 사건에 대해 자국을 오도하려는 고의적인 속임수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12일(현지시간) 스푸트니크,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만약 문건이 있다면 이는 가짜, 또는 고의적인 허위 정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의 당사자로서 러시아에 대한 하이브리드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그런 속임수는 적, 즉 러시아를 오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또 "아마도 누군가는 이들 문건을 보는 데 관심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우리는 아무런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등 보도에 따르면 미 국가안보국(NSA)·중앙정보국(CIA)·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등 정부 정보기관 보고서를 미 합동참모본부가 취합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100쪽 분량의 문건이 최근 온라인에서 유출됐다.
해당 문건에는 러시아군 내부 동향과 우크라이나군의 봄철 대반격 계획은 물론 서방 각국의 민감한 내부 정보가 포함됐다.
랴브코프 차관은 전날 미국 국무부가 월스트리트저널(WSJ) 에반 게르시코비치 기자가 러시아에 간첩 혐의로 구금된 것을 부당 구금으로 규정한 데 대해선 "미국이 해당 인물의 구금을 어떻게 규정하든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우리에게 압력을 가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해당 상황에 적용되는 내부 필요와 규정, 법을 준수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랴브코프 차관은 2주 전 구금된 게르시코비치 기자에 대해 미국 외교 당국의 영사 접촉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적의 게르시코비치 기자는 WSJ 모스크바 지국에서 특파원으로 근무 중이던 지난달 29일 러시아 중부 예카테린부르크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후 이달 7일 기소됐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게르시코비치 기자가 미국 당국 지시로 러시아 군수 산업 단지 내 기업 활동에 대한 기밀 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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