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전원 불법이민·출국"…경제난 속 튀니지 축구단 활동중단

입력 2023-04-12 17:14
"선수 전원 불법이민·출국"…경제난 속 튀니지 축구단 활동중단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아프리카의 경제난이 깊어지고 이를 피해 유럽으로 가려는 이주민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가운데, 튀니지의 한 축구팀이 선수단 전원의 불법 이민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12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튀니지 축구 4부리그에 속한 가하르디마 클럽은 20일 전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극심한 경제난 속에 선수들에게 급료조차 지불할 수 없을 정도로 구단 사정이 악화하면서 32명의 선수가 하나둘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구단을 떠난 17∼22세의 젊은 선수들은 대부분 불법 이민선을 타고 지중해로 나아가거나, 지난해 11월까지 튀니지 여권 소지자가 비자 없이 갈 수 있는 세르비아로 건너가 유럽행을 시도했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클럽의 구단주인 자밀 메프타히는 "구단 사정이 어려워져 유니폼과 축구화 등 장비를 살 수도 없고 선수들에게 급료를 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32명의 선수는 모두 유럽으로 갔고, 우리는 경기를 포함한 활동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메프타히 구단주는 이어 "선수들은 불법으로 국경을 넘기 위해 바다로 떠나거나 세르비아로 갔다"고 설명했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튀니지 축구선수의 불법 이민 사례는 이미 만성화되어 있다.

지난 2월에는 프로축구 1부리그에 속한 AS레지셰의 골키퍼 칼릴 자울리(19)가 불법으로 이탈리아에 갔다고 구단 측이 공식 확인했다.

이런 사례들은 장기적인 경제난에 유럽행 이민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튀니지의 상황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다.

튀니지는 최근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가려는 아프리카 이민자들의 주요 출발지가 됐다. 바닷길로 150㎞ 정도만 이동하면 유럽 땅인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이민자들의 또 다른 유럽행 출발지였던 리비아가 이민자 단속을 강화하면서 튀니지에는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이 더 몰리게 됐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3월 이탈리아 해안에 상륙한 이주민 수는 약 2만8천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천400명)의 4배에 달한다.

북아프리카발 불법 이주민이 급증하자 이탈리아 정부는 11일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난민선 사고 사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튀니지와 이탈리아 사이의 바다에서 이민선이 침몰하면서 2명이 죽고 20명이 실종됐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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