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만에 예비타당성 조사 완화…총선앞 포퓰리즘 우려

입력 2023-04-12 15:44
24년만에 예비타당성 조사 완화…총선앞 포퓰리즘 우려

SOC·R&D 예타 기준 500억→1천억원…재정사업 문턱 낮아져

재정규율 강화하는 준칙은 지지부진…국가채무는 한해 100조↑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대규모 재정사업 추진을 좀 더 쉽게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를 통과,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조사의 문턱이 낮아지는 것은 결국 경제성 없는 선심성 사업을 더 쉽게 추진하게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국회 기재위 소위는 예타 조사 기준을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이날 통과시켰다.

법 개정안은 사회간접자본(SOC)·국가연구개발(R&D) 사업의 예타 대상 기준 금액을 현행 총사업비 500억원·국가재정지원 규모 300억원 이상에서 총사업비 1천억원·국가재정지원 규모 500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타 제도는 대형 신규 공공투자사업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는 제도다.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한 우선순위와 적정 투자 시기, 재원 조달 방법 등 타당성을 검증하려는 목적인데 경제성·효율성이 떨어지는 선심성 사업을 차단하는 견제 장치가 돼 왔다.

현행 예타 제도의 근간은 김대중 정부가 1999년 만들었다. 기준이 조정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므로 제도 도입 이후 24년 만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그동안 국가 경제와 재정 규모 변화를 고려해 예타 기준을 상향할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문제는 법 개정안이 국회를 최종적으로 통과할 경우 총사업비 1천억원을 넘지 않는 SOC·R&D 사업이 예타 없이도 신속 추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경제성이 떨어지는 정치권의 선심성 SOC 공약이 마땅한 견제 장치 없이 실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사업 규모가 500억원에서 1천억원 사이로 예상되는 대전-옥천 광역철도 사업의 경우 이번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예타를 피해 사업 추진을 할 수 있게 된다.

학계는 이런 예타 기준 상향안이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지역 표심을 겨냥한 선심성 입법이 우회할 수 있는 경로를 주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일단 건설한 후 사용하는 사람이 없는 텅 빈 도로나 건물을 유지하는데 혈세만 계속 투입되는 상황이 속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 관리를 강화하는 재정준칙 도입을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미루는 여야가 예타 완화안부터 먼저 통과시킨 것도 비판받고 있다.

재정준칙은 예산 편성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0% 이내로 유지하는 내용이다. 나라 살림의 건전성을 좀 더 강력하게 규율하자는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 법안을 최초 처음 발의했으나 국회에서 표류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추진한 새 재정준칙 역시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됐으나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돈 쓰는 것을 막는 법안에 대해선 정치권이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가 국가 재정의 규율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나랏빚은 빛의 속도로 늘고 있다.

2022회계연도 국가결산 결과 지난해 중앙정부 채무와 지방정부 순채무(중앙정부에 대한 채무는 제외)를 합친 국가채무는 1천67조7천억원이었다.

5년 전인 2018년 680조5천억원이던 국가채무는 2019년 723조2천억원, 2020년 846조6천억원, 2021년 970조7천억원으로 늘었고 작년에는 1천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한 해 동안 늘어난 국가채무가 2019년에는 42조7천억원이었으나 2020년에는 123조4천억원, 2021년에는 124조1천억원, 2022년에는 97조원이었다. 최근 3년 동안은 매년 100조원 안팎으로 빚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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