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네이멍구 자치구 중국어 수업 확대…몽골어 교육 대폭 축소

입력 2023-04-12 12:06
中 네이멍구 자치구 중국어 수업 확대…몽골어 교육 대폭 축소

'중화민족 공동체' 건설 위한 '한족 동화' 정책 본격화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 네이멍구 몽골족 자치구의 제1 도시 후허하오터가 오는 9월 신학기부터 모든 초·중·고등학교의 수업을 중국어로 진행하고, 몽골어 교육 시간은 대폭 줄이기로 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사가 1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후허하오터 교육청은 다음 학기부터 소수민족 학교를 포함한 모든 초·중·고등학교의 수업을 국가 표준어인 푸퉁화(普通話)로 진행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반면 현재 일주일에 7시간인 몽골어 수업은 다음 학기부터 1시간으로 대폭 단축된다.

후허하오터 제30 고등학교 등 몽골족 학생들을 위해 설립된 학교들도 이 규정을 따라야 한다.

후허하오터 인구는 350만명이며 이 중 몽골족이 39만8천명·11.6%를 차지한다.

자녀에게 몽골어와 몽골 민족의 문화 등을 가르치기 위해 외지에서 후허하오터로 이주한 몽골족들은 이번 조치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중앙통신사는 전했다.

앞서 네이멍구 당국은 2020년 현지 소수민족 학교에 몽골어가 아닌 중국어로 수업하도록 지시했다.

당시 수천 명의 몽골족이 소수민족 문화 말살 조처라며 반발해 대규모 항의 시위 등을 벌인 바 있다.

이런 조처는 그해 중국 당국이 소수민족 거주 지역의 수업 언어를 국가 표준어로 통일하도록 하고, 교과서도 단계적으로 국가 통일편찬 서적으로 교체하도록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전에는 소수민족 지역 초등학교에서는 해당 민족 문자의 교과서와 말로 수업했다.

쑨춘란 당시 부총리는 "국가 통용 언어와 문자를 확고부동하게 널리 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교육부는 2021년 9월 전국 유치원에 표준어 교육을 전면 실시하도록 지시하면서 소수민족 지역과 방언을 사용하는 농촌 지역을 중점 시행 대상으로 삼았다.

이 조처 이후 후허하오터 몽골족 유치원은 한족 원생들을 모집하기도 했다.

한족과 조선족 등 55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은 과거에는 소수민족의 풍습과 문화를 존중하고 장려했다.

그러다 2019년 홍콩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 민진당 집권 이후 독립 노선을 강화한 대만과의 갈등을 겪으면서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21년 8월 중앙민족공작회의에서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확고히 수립하고 국가통일과 민족 단결을 이루는 사상적 만리장성을 구축해야 한다"며 "민족 분열의 독소를 숙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소수민족 고등학생들에게 부여하던 대학 입학시험 가산점제가 폐지됐고, 소수민족 언어 교육도 점차 축소됐다.



옌볜 조선족 자치주는 작년 8월 '조선 언어 문자 공작 조례 실시 세칙'을 시행, 모든 문자표기 때 반드시 중국어와 한글을 병행하고, 중국어를 앞에 표기하도록 했으며, 이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간판 등은 모두 교체하도록 했다.

그간 중국 내 유일의 조선족 자치주인 옌볜과 랴오닝성 선양, 단둥 등 조선족이나 한국인 밀집 거주 지역에서는 한글을 주로 삼고 중국어를 병행하거나 한글 전용 간판 등을 사용해왔다.

작년 9월 옌볜 자치주 창립 70주년 경축대회에서는 훙칭 자치주장은 물론 연단에 오른 인사들이 모두 중국어로 '중화민족 공동체' 건설을 강조하고 노래도 중국어로 불러 조선족 색채가 빠진 조선족 자치주 창립 기념 행사였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pj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