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은행 불안에 따른 대출 감소, 올해 美 GDP 0.44%p 낮출 것"
"취약점들의 위험한 결합…'불안 해소' 판단은 시기상조" 경고도
옐런 美재무 "세계경제 전망 꽤 밝아…부정론 부풀리지 않을 것" 반박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은행권 불안에 따른 대출 감소로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0.44%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IMF는 6개월마다 내놓는 '세계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실리콘밸리은행(SVB) 등의 붕괴에 따른 대출 여력 감소로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금 여력에 대한 우려로 중소은행들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미국 은행권의 대출 여력이 올해 1%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IMF는 "지역은행과 소형은행이 미국 전체 은행권 대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이들의 대출 감소는 경제 성장과 금융 안정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채 등 각종 채권 투자에 따른 미실현 손실을 완전히 처리해야 할 경우 자산 규모 100억∼3천억 달러(약 13조∼396조원)인 미국 은행 가운데 9% 가까이가 자본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고 보기도 했다.
IMF는 또 "세계 금융 시스템의 회복력이 심각히 테스트받았다"면서 "지금까지의 조처들이 시장과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기에 충분한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블룸버그·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금융 불안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이며, 은행 파산이 세계 경제 성장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IMF는 이날 별도의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미국과 전 세계 경제성장률을 각각 1.6%, 2.8%로 예상하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위험 요인으로 은행권 변동성,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금리 인상 등을 꼽기도 했다.
IMF는 "최근의 사건들이 세계 금융시스템의 회복력을 테스트할 더욱 시스템적인 압력의 전조 현상인지 여부가 시장 참여자들과 정책 결정자들이 직면한 근본적 문제"라고 봤다.
이어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대처와 금융 안정성 수호 사이에서 트레이드오프(교환)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정책 당국자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의지에 대해 시장과 명확히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IMF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이 상당히 과대평가 됐다면서 "구조적 수요 감소와 금리 인상이 동시에 일어나며 상업용 부동산 평가 가치가 전반적으로 조정될 위험이 있다"고 봤다.
또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미 국채 보유량 감소로 인해 국채 시장에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도 우려했다.
IMF는 은행들의 파산에 대해 세계 금융 시스템에 수년간 내재해있던 취약성이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나타난 '위험한 결합'으로 보면서, 이러한 취약성으로 인해 새로운 위기가 터질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반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글로벌 경제가 하방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IMF의 전망을 반박했다.
그는 "세계 경제에 대한 부정론을 과장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전망이 꽤 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미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세이고 실업률은 역사상 최저에 가깝다"면서 "우리 은행 시스템은 여전히 강력하고 탄력적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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