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외교·국방채널 가동해 '기밀유출' 파장 차단…조사에 수개월
합참 정보부 작성 의미하는 'J2' 표시…형식도 보고문서와 유사
고위급 접촉 본격화 속 韓·英 등 관련국 잇따라 조작 가능성 언급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온라인상의 기밀 문건 유출 의혹에 대한 조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가운데 유출자와 유출 규모 및 경위, 국가안보상 피해 등을 확인하는데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11일(현지시간) 나오고 있다.
미국은 동시에 유출 문건에 등장하는 우크라이나, 한국 등 관련국과 고위급 차원에서 접촉하면서 파장 확산 차단에 나선 상태로, 일부 관련 국가에서는 유출 문건 상의 정보가 상당 부분 허위라는 반응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는 법무부와 국방부가 각각 기밀 문서 유출 의혹에 대한 조사를 주도하고 있다.
국방부 의뢰를 받은 법무부는 연방수사국(FBI)과 함께 유출자 색출을 위한 형사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방부는 유관 부처와 함께 ▲ 문건의 진위 여부 ▲ 국가안보 및 동맹 관계 영향 ▲ 보안문서 취급 절차상 문제 등을 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크리스 미거 국방부 장관 보좌관은 지난 10일 "국가 안보 및 동맹·파트너 국가에 대한 잠재적 영향을 평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범부처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국방부는 유출 범위와 규모, 영향평가, (피해) 경감 조치를 살펴보기 위해 24시간 일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방부가 주도하는 범부처 조사는 국방부 정보안보실이 이끌고 있으며 밀랜시 해리스 정보보안 부차관이 국방부측 조사를 책임질 것이라고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CNN 방송에 전했다.
한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국방부 조사의 초점은 유출 소스가 아니다"라면서 "국방부는 고도의 기밀 정보가 어떻게 배포됐는지와, 기밀 정보를 받아 보는 사람을 바꿀 필요가 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출된 기밀 문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수천 명이 될 것이라고 한 소식통이 CNN에 말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뉴욕타임스(NYT)에 그 규모를 수백명으로 언급했다.
다만 유출된 기밀문건에 접힌 표시가 있다는 점 등을 토대로 접근 권한이 없는 사람이 유출했을 가능성도 나온다.
또 기밀 문건이 처음 유포된 것이 온라인 게임 채팅 플랫폼인 '디스코드'라는 점을 이유로 국방부 관리의 자녀가 유포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고 CNN이 보도했다.
기밀 문건이 지난 1월부터 온라인상에서 유포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러시아도 비교적 최근에 이를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NYT에 밝혔다.
일부 문건은 조작됐으나 그런 변화는 추후에 이뤄졌으며 최초 공개된 문건 상당수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들은 진본으로 보고 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문서는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국방부 고위 간부에게 보고되는 일일 정보 브리핑 자료로 보이며 합참 정보부가 작성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J2' 표시도 있다.
문서 형식은 이 브리핑 자료와 유사하다고 미거 국방부 장관 보좌관이 전날 밝힌 바 있다.
국방부의 일일 브리핑 자료는 태블릿과 프린트한 종이를 묶은 바인더 등으로 제공되며 국방부는 프린트 사용 기록 등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를 완료하는 데는 몇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3명의 미국 정보 관리가 CNN에 밝혔다.
국방부 조사와 별개로 동맹·파트너 국가와의 외교적 대응 문제는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이끌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 소통 조정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상당한 고위급 차원에서 관련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와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을 비롯한 관련 국가에서는 기밀 문건이 조작됐거나 허위라는 공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유출 기밀문서로 한국 NSC에 대한 도·감청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외교채널뿐 아니라 국방채널도 가동해서 대응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통화를 했으며 "공개된 정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데 대해서 한미의 평가가 일치했다"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전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도 우크라이나 외무 장관과 통화하고 우크라이나의 전쟁 역량을 평가하고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밝혔다. 앞서 우크라이나의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고문은 "유출 문서 대부분이 허위 정보"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이스라엘 및 프랑스 정부도 문건 내용이 허위 정보라는 입장을 각각 밝혔다.
기밀 문건에서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5개국의 정보 공유 네트워크인 '파이브 아이즈'가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수장에 대해서도 첩보 활동을 벌인 정황이 나온 가운데 영국 국방부는 이날 "문건 내용이 심각한 수준의 부정확성을 보인다"고 밝혔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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