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피하자' 이스라엘, 라마단 종료까지 유대인 성지방문 금지
네타냐후 총리 주재 안보관련 고위급 회의서 결정
군참모총장·경찰 및 정보기관 수장 제안…극우성향 국가안보장관은 반대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이슬람권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 종료 시까지 유대인 등의 동예루살렘 성지 방문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1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총리를 비롯한 안보 관계 고위급 회의에서 라마단이 끝날 때까지 유대인을 포함한 비이슬람교도의 성전산(동예루살렘 성지의 유대식 표현) 방문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등이 참석했다.
라마단 종료 시까지 성지 방문을 금지하는 방안은 국방부 장관,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신베트 국장, 경찰청장 등이 만장일치로 제안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 내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인 그비르 장관은 반대 입장을 밝히며 총리의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성전산에 유대인 방문을 금지하는 것은 엄청난 실수다. 이 조치로 상황이 잠잠해지지 않으며 오히려 갈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또 "유대인 방문이 금지되면 자연스레 경찰 병력 배치가 줄어들 것"이라며 "이는 유대인 살해 선동을 부추길 것이다. 테러가 발생하면 이에 굴하지 말고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결정 직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모든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성지로 가라고 촉구했고, 성지를 침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 성지는 이슬람교와 유대교, 그리스도교의 공통 성지다.
성지 경내에 있는 알아크사 사원은 이슬람권에서 메카, 메디나에 이어 3번째로 신성시하는 장소다.
하지만 이곳은 종교적 갈등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특히 해마다 라마단 때면 성지의 권리를 주장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질서유지를 명목으로 예배자들을 통제하려는 이스라엘 경찰 간에 충돌이 발생하고, 이는 종종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 분쟁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당국은 라마단 시작 후 첫 열흘과 마지막 엿새 동안은 통상적으로 유대인의 성지 출입을 금지해왔다.
올해도 라마단과 유대교 명절인 겹치는 지난 4일부터 이스라엘 경찰이 알아크사 사원 문을 걸어 잠근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충돌했다.
충돌 이후 무장 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헤즈볼라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레바논은 물론 시리아에서도 이스라엘을 겨냥해 로켓이 발사됐고, 이스라엘은 전투기 등을 동원해 보복했다.
또 요르단강 서안의 요르단 밸리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는 이스라엘 주민과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총격 및 차량 돌진 테러도 발생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이스라엘 경찰은 지난 8일부터는 알아크사 사원 문을 걸어 잠그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 진압하지 않았다.
이후 유대인 수만 명이 참석한 유월절 '제사장의 축복'(birkat kohanim) 행사와 일부 3천여명에 달하는 유대인들의 성지 방문이 큰 소란 없이 마무리됐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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