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당국, 바이칼 호수 상징 '민물 물범' 개체수 조절 검토

입력 2023-04-11 14:02
러시아 당국, 바이칼 호수 상징 '민물 물범' 개체수 조절 검토

호수 고유종 어류 번식에 악영향 여부 조사 지시

전문가 "마구잡이식 포획 나서면 멸종 위기 처할 수 있어"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러시아 당국이 세계 최대 담수호로 알려진 바이칼 호수에서 상업성이 높은 어류 어획량을 늘리기 위해 이곳을 상징하는 동물인 물범 개체수를 인위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11일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빅토리아 아브람첸코 러시아 부총리는 지난 4일 바이칼 호수 수산업 재개 등을 위해 물범 개체수를 인위적으로 줄이는 방안이 필요한지를 검토하라고 러시아 어업부와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시베리아 지부, 이르쿠츠크주 및 극동 부랴티아공화국 등에 지시했다.

수산업 재개 등을 위해서는 바이칼 호수 고유종 물고기인 '오물'(Omul)의 개체수를 늘리는 것이 필수적인데, 최근 들어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알려진 바이칼 물범이 오물 번식에 방해가 되는지를 확인하라는 것이다.

연어과인 오물은 상업적 가치가 높은 민물고기로서 바이칼 호수의 명물로도 꼽힌다. 러시아 당국은 2017년 10월부터 이 물고기 어획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칼 물범 또한 이곳 호수에 서식하는 고유종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민물에서 사는 물범으로 알려졌다. 물범은 바이칼 호수의 먹이 사슬 최상단에 위치하며 뚜렷한 천적은 없는 상황이다.

당국은 2007년부터 상업적 목적을 위해 바이칼 물범을 포획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아브람첸코 총리의 지시를 두고 현지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자바이칼 국립공원 알렉산드르 아나닌 과학부서장은 "바이칼 물범 개체수 규제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몇 년 안에 바이칼 물범 개체수가 임계점을 초과할 위험은 매우 높으며, 이후 다양한 질병으로 바이칼 물범이 대량으로 사망할 것이다"며 "이전에도 유사한 현상이 발생한 적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칼 물범 개체수에 대한 신뢰할만한 자료는 없지만 현재 13만마리 정도가 사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또 바이칼 물범이 어망에 걸린 오물을 잡아먹는 탓에 오물 어획의 전반적인 피해가 상당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반면 바이칼 물범 사체를 가축 사료·모피 등으로 가공·판매할 시설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물범을 포획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바이칼 호수에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는 까닭에 물범 개체수 증가가 오물 개체수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근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드미트리 글라조프 러시아 해양포유동물위원회 사무총장은 "바이칼 물범 개체수 규제 결정은 확고한 과학적 접근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물범 개체수와 연령, 성별 등을 고려한 포획 범위를 정해놓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잡아들인다면 수년 안에 고유종이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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