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미끼로 앱 독점출시 유도·경쟁 방해' 구글 과징금 421억
"통신3사·네이버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 등장하자 위기감"
'원스토어엔 출시 안 해야 피처링 지원'…공정위 "독과점 남용"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앱 마켓 구글플레이를 운영하는 구글이 앱 독점 출시를 조건으로 게임사들에 광고 효과가 있는 피처링과 해외 진출 지원 등을 제공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압도적인 독과점 사업자인 구글이 경쟁 토종 앱 마켓인 원스토어의 성장을 막고자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경쟁을 제한했고, 결과적으로 앱 마켓·모바일 게임 혁신과 소비자 후생이 저해됐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는 구글 LLC와 구글 코리아, 구글 아시아 퍼시픽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불공정 거래)에 대해 과징금 421억원(잠정)과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11일 밝혔다.
시정명령은 모바일 게임사에 경쟁 앱 마켓에 게임을 출시하지 않는 조건으로 앱 마켓 피처링·해외 진출 지원 등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배타 조건부 지원행위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구글 내부 감시 체계를 구축해 그 운용 결과를 공정위에 보고하라는 내용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은 2016년 6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네이버의 앱 마켓을 통합한 토종 앱 마켓 원스토어가 출범하자 한국 사업 매출에 중대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게임사들의 구글플레이·원스토어 동시 출시를 막을 전략을 수립했다.
구글은 2016년 6월부터 공정위가 조사를 개시한 2018년 4월까지 약 1년 10개월간 구글플레이에 게임을 독점 출시(안드로이드 기준·애플 앱스토어 제외)하는 조건으로 피처링, 해외 진출 지원 등을 제공해 게임사들이 자유롭게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글플레이에 독점 출시하지 않는 경우 게임이 좋다고 판단하더라도 피처링을 제공하지 않았다.
피처링은 구글플레이 앱 첫 화면 최상단 배너 또는 금주의 신규 추천 게임 코너를 통해 소비자에게 게임을 노출해주는 것이다. 피처링은 구글이 게임사로부터 마케팅 비용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결정하는데 다운로드·매출 증대 효과가 크기 때문에 게임사들이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공정위는 "구글플레이는 전 세계(중국 제외 안드로이드 앱 마켓 시장의 95∼99%)와 국내 시장(80∼95%, 2014∼2019년) 모두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게이트키퍼로 거래 상대방인 게임사들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갖는다"며 "구글은 피처링, 해외 진출 지원 등을 이용해 게임사들을 구속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배타 조건부 거래는 이익을 주지 않거나 페널티를 주는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이 건은 이익을 주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며 "독점 출시하지 않으면 굉장히 중요한 피처링 등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는 불이익을 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 내부 이메일을 보면 구글 자신도 피처링을 '구글 팀이 게임사들을 관리할 수 있는 힘(power to manage partners)'으로 인식한 것으로 나타난다. 한 직원의 업무 메모에선 "(원스토어를) 마이너 루저 리그로 만들어야 (한다)"는 문구가 발견됐다.
구글은 실제로 이런 전략을 통해 리니지2, 리니지M, 메이플스토리M, 뮤오리진2 등 대형 게임이 모두 구글플레이에 독점 출시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국내 앱 마켓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2016년 80∼85%에서 2018년 90∼95%로 높아졌지만, 원스토어의 점유율은 15∼20%에서 5∼10%로 낮아졌다. 게임 관련 유료 구매자 수도 구글플레이는 약 30% 늘고 원스토어는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구글플레이와 원스토어의 국내 매출은 각각 90% 이상이 게임에서 발생한다.
유 국장은 "원스토어는 신규 출시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으며 정상적인 사업 운영이 불가능하게 됐다"며 "사업자들이 좋은 조건을 따기 위해 경쟁을 하는 것은 정당한 경영활동이지만 이 건은 유력 경쟁사업자인 원스토어를 배제하려는 목적으로 배타 조건부 거래를 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과 다르다"고 말했다.
구글은 경쟁법 위반 소지를 인식해 최대한 은밀한 방식으로 게임사들에 독점 출시 조건을 전달하고 관련 메일 등을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 국장은 "원스토어는 게임에 돈을 많이 쓰는 헤비유저가 존재하는 상황이었고 게임사 입장에선 여러 곳에 출시하는 데 별로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멀티호밍(여러 곳에서 출시)할 유인이 있었다"며 "구글이 강하게 이야기했기 때문에 게임사 내부에서도 굉장히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글은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와 중소 게임사를 가리지 않고 모든 게임사를 대상으로 독점 출시 조건부 지원 전략을 펼쳤다.
이번 사건 관련 구글의 매출액은 약 1조8천억원이다.
공정위는 2021년 9월에는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자사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탑재를 강요한 행위에 대해 2천249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한 바 있다. 현재 구글이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서울고법에서 계류 중이다.
이번 앱 마켓 '갑질' 사건은 위법 행위 기간이 약 1년 10개월로 OS 사건(약 10년 9개월)보다 짧아 과징금도 적게 책정됐다.
공정위는 2018년 4월 이 사건 조사에 착수해 2021년 1월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상정했으나 구글이 이해관계자의 영업 비밀 등에 관한 열람·복사 소송을 제기해 사건 심의가 2년 넘게 지연됐다.
유 국장은 "앱 마켓 관련해 구글이 반경쟁적 행위를 한 것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최초의 사례인 것으로 안다"며 "다른 나라에는 구글과 유효하게 경쟁할 수 있는 앱 마켓이 없는데 우리나라에서 등장했기 때문에 굉장한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omen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