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탈원전 걸림돌 '대기질'…"화석연료 사용 늘어 사망자↑"

입력 2023-04-11 00:00
[사이테크+] 탈원전 걸림돌 '대기질'…"화석연료 사용 늘어 사망자↑"

MIT 연구팀 "석탄·석유가 원전 대체, 연 5천200명 추가 사망"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미국에서 노후 원자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할 경우 석탄·가스·석유 등 화석연료 발전이 이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추가 사망자가 한해 5천200여명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노엘 셀린 교수와 리사 프리즈 연구원(대학원생)은 11일 과학저널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서 노후 원전 폐쇄 후 대체 발전과 그로 인한 대기오염 및 그 영향을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미국은 현재 전체 전력의 20% 정도를 원전에서 생산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92기의 원자로가 전국에 흩어져 있고 많은 원전이 50년 이상 가동되고 있어 예상 수명이 다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노후 원자로를 폐기할지, 아니면 화석연료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원전을 보강해 계속 가동할지를 두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원자력의 미래 논의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로 대기질을 꼽고, 미국 내 모든 원전이 가동을 중단해 석탄, 천연가스, 재생에너지 등 다른 에너지원이 1년간 에너지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오염 물질 배출 변화와 영향 등을 시뮬레이션했다.

원전 폐쇄가 화석연료 사용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여러 차례 확인됐다. 1985년 미국 테네시 밸리 원자로 폐쇄 때는 석탄 사용량이, 2012년 캘리포니아 원전 폐쇄 때는 천연가스 사용량이 각각 급증했다.



연구팀 분석 결과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 모든 시나리오에서 대기오염이 전반적으로 악화했고, 원전이 밀집한 동부 해안 지역이 대기오염 증가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전 가동 중단으로 감소한 에너지를 석탄·천연가스·석유 발전으로 생산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오존과 초미세먼지(PM2.5) 오염이 증가하면서 1년간 5천200여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또 원전 중단으로 감소한 에너지를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 에너지가 대체하는 시나리오의 경우에서도 대기오염은 상당히 줄지만 원전이 밀집한 동부 지역에서는 공해로 인한 추가 사망자가 연간 260명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팀은 또 원자력 대신 다른 에너지원으로 전력을 생산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로 인한 조기 사망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다음 세기 동안 16만 명이 추가로 사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셀린 교수는 "원전 가동을 계속할지에 대한 논쟁에서 대기질은 그동안 초점이 아니었다"며 "이 연구 결과는 원전 폐쇄처럼 대기오염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조치가 사람들의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원전을 폐쇄하려면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본질적으로 무공해인 재생에너지를 더 많이 배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기대하지 않았던 대기질 저하를 겪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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