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 베트남서 눈돌리나…올들어 투자액 70% 급감
1분기 11억달러 감소…전체 외국인 투자 54억달러로 38.3%↓
"노동허가·소방시설 승인 등 각종 규제 강화와 무관치 않아"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신흥 개발도상국인 베트남 경제발전을 주도해온 한국 기업들이 올해 들어 현지 투자를 대거 줄였다.
10일 베트남 기획투자부(MPI) 외국인 투자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 기업들의 투자금액은 4억7천440만달러로 작년 동기(16억680만달러) 대비 70.4%(11억3천240만달러) 감소했다.
투자 프로젝트 수도 16.9% 줄어든 344건으로 집계됐다.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35%로 추산되는데 이중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기·전자업체들의 기여도는 25%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른 주요 국가들도 투자액이 현저히 줄었다.
일본의 경우 투자금액이 3억1천940만달러로 46.0% 감소했고, 싱가포르는 26.3% 줄어든 16억8천650만달러를 기록했다.
중국도 5억5천170만달러로 38.2% 줄었고, 홍콩도 4억5천110만달러로 22.4%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체 외국인 투자액은 약 54억달러로 작년 동기에 비해 38.3%나 줄어들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난 2020년과 2021년 1분기보다 저조한 실적이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인 2019년 1분기와 비해서는 약 50%에 불과한 수치다.
특히 외국 기업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분야인 제조업에서의 투자 위축이 두드러진다.
작년 1분기 제조업 총투자액은 53억달러에 달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39억7천660만달러로 24.9% 감소했다.
미·중 무역분쟁 및 글로벌 공급망 변화 추세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길거라는 전반적인 예상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이처럼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가 급감한 것은 노동허가 및 소방시설 승인 등과 관련한 당국의 각종 규제 강화와 무관치 않다는게 현지에 진출한 기업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기업들의 공급망 이전 및 신흥 시장인 인도의 성장, 글로벌 경기 악화에 따른 판매 물량 감소와 고금리로 인한 해외 투자자금 조달 문제 등의 복합적인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 김형모 베트남사무소장은 "양국 관계가 수교 30주년을 맞아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됐지만 비자 및 소방 등에 관한 규제 강화가 우리 진출 기업의 운영과 투자에 관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코트라 하노이무역관 조은진 부관장은 "외국 투자기업과의 협력 및 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bums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