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날던 비행기서 1ｍ 넘는 코브라 '발칵'…비상 착륙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 하늘을 날던 경비행기에 독사 코브라가 출현, 비상 착륙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3일 파일럿 루돌프 에라스무스(30)는 6인승 쌍발엔진 비행기인 비치크래프트 '배런 58'기에 승객 4명을 태우고 웨스턴 케이프에서 음봄벨라로 향해 이륙했다.
1만1천피트(약 3천353ｍ) 상공에서 비행이 한창이던 도중 그는 셔츠 아래 엉덩이 부위에 돌연 무언가 차가운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는 물병이 새는 것 아닌가 생각했지만, 잠시 후 왼쪽을 내려다보고는 발 아래 쪽에서 뱀의 머리를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길이 4∼5피트(약 122∼152㎝)에 달하는 코브라였다.
에라스무스는 "믿을 수 없는 장면에 놀라 잠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내 뇌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만 같았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일단 마음을 진정시킨 그는 헤드셋을 착용한 승객들에게 "기내에 불청객이 있다"며 코브라 발견 사실을 알리고는 가장 가까운 공항으로 기수를 돌렸다.
승객들은 숨죽인 채 기다렸고, 10∼15분쯤 지나 비행기가 착륙한 후 한 명씩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와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웨스턴 케이프 공항 직원들은 비행기가 뜨기 전 케이프 코브라 한마리가 이 올라타는 모습을 목격했지만, 정작 이륙 전 점검에서는 보이지 않아 그새 뱀이 밖으로 나간 줄로만 알았다고 한다.
케이프코브라는 남아공과 보츠와나,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남부 지역에서 발견된다. 길이는 최대 7피트(약 213㎝)에 달하며, 이 뱀에 물리면 독으로 인해 호흡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른다.
에라스무스는 착륙 후 이 코브라가 조종석 아래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을 마지막으로 확인했지만, 이틀에 걸쳐 비행기 부품을 분해해 수색하는 과정에서는 또 발견되지 않아 뱀의 출몰은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고 NYT는 전했다.
이틀 뒤인 5일 에라스무스는 이틀 뒤 같은 비행기를 몰아 웨스턴 케이프로 귀항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는 미리 비행기 곳곳에 뚫린 구멍을 막아 혹시 모를 뱀의 침입을 막았다고 한다.
남아공 항공당국 관계자는 "조종사들이 비행 중에 이런 무서운 사건을 경험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며 "에라스무스가 위험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비행기를 몰아 승객들을 착륙시켰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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