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 "러시아는 '포템킨 강대국'…겉만 번듯하고 내실 초라"
NYT 칼럼서 "러, 에너지로 유럽 위협 좌절…민주국가는 저력 보여"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세계적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러시아를 '포템킨 강대국'으로 규정했다.
'포템킨 강대국'은 겉은 번듯하지만, 내실은 초라하다는 의미다.
18세기 러시아에서 예카테리나 2세의 크림반도 시찰을 앞두고 낙후된 지역 현실을 감추기 위해 여왕 행렬이 지나는 곳마다 가짜 마을을 조성한 그레고리 포템킨 총독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의 지원을 차단하기 위한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가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면서 이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일단 크루그먼 교수는 유럽 국가들이 물가 상승 등 일부 가시적인 충격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에너지 공격을 적절하게 방어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을 향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에너지 무기화의 위력을 두려워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실제로는 상황 관리가 적절하게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크루그먼 교수는 이 같은 현상에서 주목할 점을 정리하면서 첫 번째로 "현재 러시아는 포템킨 강대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높게 평가됐던 러시아의 군사력은 선전된 것보다 비효율적이었다"면서 "에너지 무기화도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에 대한 가격 통제와 보조금 지급, 러시아 에너지의 대체제인 미국산 천연가스 수입, 지난 겨울의 이례적인 고온 현상이 러시아 에너지 무기화의 충격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또한 크루그먼 교수는 겉은 번듯하고 내실은 초라한 러시아와 달리 민주주의 국가들은 겉모습보다는 훨씬 강인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현대 세계 경제의 유연성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크루그먼 교수는 덧붙였다.
현재 세계 경제는 각종 변화에 대해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무기화 등 각종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대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패배하고 있는 것보다 더 큰 패배는 에너지를 앞세워 유럽 민주주의 국가들을 공격하려던 시도가 좌절된 것"이라고 밝혔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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