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의미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 하향 조정"
DS 적자 최대 4조원대 추정에 '감산' 첫 공식 인정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수조원대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처음으로 반도체 감산을 공식 인정했다.
반도체 불황의 골이 예상보다 깊어지고 대규모 적자가 현실화하자 결국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한 기존 기조에서 한발 물러선 셈이다.
7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잠정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은 작년 1분기의 14조1천214억원보다 95.75% 급감한 6천억원에 그쳤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메모리 업황 한파의 직격탄을 맞아 큰 폭의 적자를 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증권가가 제시한 삼성전자 DS 부문의 영업손실 전망치는 3조∼4조원대에 이른다. 반도체 부문 분기 적자는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메모리 반도체 D램과 낸드 모두 적자를 내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도 주문량 감소에 따른 가동률 하락에 적자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방 IT 수요 침체로 고객사들이 메모리 주문을 줄이고 재고 조정에 나선 가운데 메모리 가격은 하락하고 출하량은 감소한 탓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집계에 따르면 1분기에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전 분기 대비 20% 급락하고, 낸드도 10∼15% 하락했다.
특히 재고가 계속 쌓이면서 메모리 재고 자산 평가 손실이 커져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이날 잠정 실적을 공시하면서 설명 자료를 통해 사실상 감산을 공식 인정했다.
회사 측은 "이미 진행 중인 미래를 위한 라인 운영 최적화 및 엔지니어링 런 비중 확대 외에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메모리 업황이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은 속속 감산과 투자 축소를 결정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거나 라인 가동을 멈춰 생산량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경쟁사 감산 효과가 나타나는 올해 하반기까지 손실을 버티면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대신 삼성전자는 설비 재배치 등 생산라인 최적화와 미세공정 전환 등을 통한 자연적인 감산 가능성만 내비쳤다.
하지만 악화하는 실적에 삼성전자는 '감산'을 공식화했다. 실제로 정황상 이미 상당 수준 자연적 감산이 이뤄졌다고 시장에서는 추정한다.
도현우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이미 삼성전자는 상당한 규모로 감산을 진행 중"이라며 "일부 테스트 및 부품 업체에 의하면 1분기 삼성전자에서 수주한 물량이 30% 이상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현재 보유한 D램 재고는 21주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이는 경쟁사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감산 수준을 오히려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감산에 나서지 않으면 적자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결국 업계의 감산 움직임에 동참할 가능성을 예상해왔다.
이달 말 확정 실적 발표와 함께 개최하는 컨퍼런스콜에서도 감산 관련 추가 설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D램 생산이 감소하지 않은 상황에서 출하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1분기에도 재고가 증가했을 것"이라며 "추가로 보수적인 설비투자(캐파) 운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중장기 수요에 대비해 필요한 투자는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단기 생산 계획은 하향 조정했으나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수요가 전망된다"며 "필수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고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비중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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