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사 10곳 중 2곳은 여전히 "표준계약서 몰라"
문체부-코바코 실태조사 결과…"노동강도와 안전성 강화도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광고 제작시장에서 여태 표준계약서를 쓰는 일이 완전히 자리 잡지 못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9일 한국광고학회에 따르면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조아라 전문연구원은 전날 학술대회에서 '광고 제작시장의 거래 및 노동환경실태'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실태조사에 참여한 광고대행사의 22.2%, 광고제작사의 9.8%가 표준계약서에 대해 '모른다'고 응답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주관으로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이뤄졌으며 광고 대행사 415곳, 제작사 410곳, 회사 소속 근로자 278명, 프리랜서 931명을 대상으로 했다.
광고 제작 표준계약서 인지와 관련, 회사 매출액 규모가 작을수록 '모른다' 응답 비율이 증가하고, 매출액 규모가 클수록 '표준계약서를 활용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계약 유형 자체가 구두상인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문서화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대행사의 92.6%, 제작사의 83.3%는 '과거부터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에'라며 '관행'을 들었다.
대행사의 경우 '촬영 일정이 촉박해서', 제작사의 경우 '광고주/대행사 측이 원하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한편, 대금의 부당한 증액이나 감액 요구가 있었느냐는 항목에서 '전혀 없음' 응답 비율이 대행사는 85.3%였지만 제작사는 58.5%로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또 잔금을 지급하거나 받은 시기도 '제작 결과물을 받은 후 60일 이내' 응답이 대행사는 98.1%였지만 제작사는 86.1%로 나타났다. 제작사의 경우 잔금을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4.1%였다.
이러한 차이에 기인한 듯 대행사(26.7%)보다 제작사(40.5%)가 광고 제작 거래 분쟁 조정 기구의 필요성을 높게 인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행사의 경우 가장 시급한 조치로 광고 분야 분쟁조정 및 정책 전달 전문기구 운용을, 가장 유용한 조치로는 광고 제작산업 공정거래질서 확립과 종사자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을 선택했다.
제작사의 경우 시급성과 유용성 모두에서 표준 계약서 개정 및 준수 권고, 광고 제작산업 공정거래질서 확립과 종사자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을 꼽았다.
조 연구원에 이어 발표한 코바코 미디어광고연구소 강신규 연구위원도 "광고 제작 규모가 작을수록 거래에서 가장 필요한 건 표준계약서에 대한 논의"라며 "중소규모인 대행사-제작사 간 거래에서 계약서 미작성이 보편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기 때문에 계약이 중간에 변경되는 일이 잦고 설사 보수를 받지 못해도 대응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강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제작 거래 과정에서 불공정 이슈가 빈번함에도 관행 개선이 쉽지 않을 것임을 고려하면 정부 및 업계 차원의 자정 노력과 캠페인, 편당 노동 일수에 대한 논의와 작업환경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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