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시위·백발시위'에 놀란 中 경찰, 풀뿌리 치안 강화

입력 2023-04-04 16:55
'백지시위·백발시위'에 놀란 中 경찰, 풀뿌리 치안 강화

일선 경찰서 배치 인력 늘리고 마을마다 경찰관 파견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에서 지난해 11월 '백지시위'에 이어 올해 '백발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당국이 풀뿌리 치안 강화에 나섰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공안부는 지난달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정이라는 풀뿌리 근간을 강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풀뿌리 치안 강화에 관한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더 많은 경찰이 일선 경찰서와 도시 주거단지, 농촌 마을에 배치돼 현장 관리에 나선다.

모든 도시와 현은 경찰력의 최소 40%를 경찰서로 보내야 하며, 그중 최소 40%는 주거단지에 배치돼야 한다.

특히 도시에서는 각 자치구의 공안부가 최소 50%의 인력을 풀뿌리 치안 현장에 보내도록 권고된다.

공안부는 또한 2025년 말까지 농촌 지역 마을마다 최소 1명의 경찰관을 두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SCMP는 전국을 아우르는 이러한 정책이 마련된 것은 처음이라며 "당국이 사회 불안정 요소의 싹을 자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둥, 쓰촨, 허난 등지의 일부 도시에서는 최근 몇 년간 이미 이러한 정책이 도입됐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정치학자는 SCMP에 중국 당국이 안보 강화를 최우선시하면서 실업부터 연금에 이르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불만을 억제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풀뿌리 단계에서 일부 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며 "그래서 당국은 더 많은 경찰을 배치해 통제를 강화하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당국은 모든 마을을 관리해야 할 것이라며 경제 둔화를 둘러싼 불안정 속에서 '왕거화(網格化) 관리'가 감시 강화에 동원될 것이라고 봤다.

중국은 2019년 10월 기층관리 방식으로 도시의 관리 구역을 격자(grid)로 나눈 뒤 디지털 플랫폼 등을 활용해 관리하는 왕거화 관리를 도입했다.

주로 주거 지역을 중심으로 가구를 일정 단위로 묶어 감독하는 제도로, 후커우(戶口·호적)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격자 관리인', '10가구 감독관' 등으로 불리는 중국 행정조직의 최말단 관리들이 각 격자를 관리한다.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원의 앨프리드 우 교수는 공안부의 계획은 특히 최근 일련의 시위 이후 체제 안정을 유지하는 데 당국의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진핑이 자신의 권력과 안정에 대해 꽤 우려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11월 말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를 비롯해 곳곳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당국의 삼엄한 감시와 검열을 피하기 위해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흰 종이를 들고나와 무언의 항의를 하면서 해당 시위는 '백지 시위'라 불렸다.

이어 지난 2월에는 후베이성 우한과 랴오닝성 다롄 등지에서 은퇴한 고령자들의 의료보조금 삭감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들이 주로 시위에 나서 '백발 시위'라 불렸다.

그에 앞서 지난해 7월에는 허난성의 소규모 마을은행들에 돈을 맡겼다가 찾을 수 없게 된 예금주 수천 명이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모두 엄격한 통제 사회인 중국에서 매우 이례적인 집단행동으로 평가됐다.

우 교수는 이번 계획은 경찰관들이 행정 업무보다는 치안 업무를 더 하길 원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안부는 풀뿌리 단계에서 퍼지는 분쟁의 가능성을 줄이고 더 많은 경찰을 일선에 배치해 사회를 안정시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론적으로 말하면 이는 좋은 정책이 아니다. 왜냐하면 결국 사회는 경찰에만 의지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중국의 접근은 경찰을 더 많이 활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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