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사우디 원유감산 발표 전 미리 통보받고 반대입장 전달

입력 2023-04-04 10:50
미, 사우디 원유감산 발표 전 미리 통보받고 반대입장 전달

커비 백악관 조정관 "현 시점에서 감산 바람직하지 않아"

"작년 10월 상황과는 달라" 사우디와 갈등 가능성엔 선그어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이 전격적인 추가 감산 조치를 발표하기 앞서 미국에 이를 미리 통보했다고 블룸버그,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3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이 감산 결정을 공개하기에 앞서 이를 미국 측에 귀띔했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는 미리 통보를 받았다"면서 "바이든 정부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감산이 현시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믿지 않으며, 우리는 이를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OPEC+ 소속 산유국들은 지난 2일 하루 116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추가 감산 방침을 공개했다.

이 여파로 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6.28% 오른 배럴당 80.42달러에 거래를 마치는 등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커비 조정관은 OPEC+의 감산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내비치면서도 이번 감산 발표는 작년 10월 이뤄진 OPEC+의 대규모 감산 발표와는 다른 환경에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120달러를 넘나들던 작년 10월과는 달리 원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 정도로 현저히 떨어졌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작년 10월과는 달리 OPEC+ 전체 차원에서 감산 결정이 내려졌다는 이유에서다.



바이든 정부는 미 중간선거를 앞둔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OPEC+가 하루 200만 배럴을 감산하겠다고 밝히자 사우디와의 관계 재검토까지 거론하면서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작년 중간선거를 앞두고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급등이 표심을 가를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터라 미 정부는 OPEC+의 감산이 유가 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약 6개월 만에 이뤄진 기습적인 추가 감산 조치에 미국이 이처럼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지정학적 역학관계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영향권 아래 있었지만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 러시아와 최근 들어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편, 미 정부 측은 이번 감산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에 선을 그으면서도 이번 결정이 어떤 배경에서 이뤄졌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커비 소통관은 "왜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추정을 시작할 수조차 없으며, 알아내려고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원유 증산을 보장하고, 소비자 가격을 낮추기 위해 (원유)생산자들과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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