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도피 중 "美에 관할권 없다"…이번에도 같은 논리 펴나
출국 4개월째인 작년 8월 "테라폼도 나도 싱가포르에" SEC 소환 거부
그새 세르비아로 도피…'징역 100년 이상' 미국 회피할 의도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전 세계 가상화폐 가치의 폭락 도미노를 불러온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도피 기간 미국의 사법 관할권을 거부하는 주장을 폈던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최근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권씨의 신병 확보를 놓고 한국과 미국 수사당국이 쟁탈전을 벌이는 가운데, 관할권 여부가 송환 대상지를 가를 중요한 법리적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어 향후 권씨가 이런 입장을 유지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권씨와 테라폼랩스는 작년 8월 18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소환 명령에 불복하는 취지의 상고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는 기한을 10월 6일까지로 30일간 늦춰달라고 미 대법원에 요청했다.
SEC가 테라폼랩스의 '미러 프로토콜' 앱과 관련해 2021년 9월 미국 뉴욕에서 권씨에게 인편으로 소환장을 처음 전달한지 약 1년만이자, 테라·루나 폭락 한 달 전인 작년 4월 권씨가 한국을 떠나 도피생활을 시작한지 4개월만이다.
테라·루나 붕괴 직후 SEC가 소비자보호법 위반 여부 추가 조사에 착수하는 등 미 당국이 본격적으로 그를 수사선상에 올려놓던 시점이기도 하다.
권씨 대리인은 대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테라폼은 싱가포르 법인인데다 권씨 역시 싱가포르 거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관인) SEC의 인적관할권을 제2항소법원이 인정했다"고 항변했다.
또 "권씨는 미국과의 접점이 제한적인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기업 테라폼의 최고경영자(CEO)"라며 "이 회사 사업의 대부분은 본질적으로 글로벌한 것인 데다, 특별히 미국을 겨냥하고 있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권씨측은 "디지털 시장은 물론 일반론적인 맥락에서 봐도 이번 법원의 인적관할 판단은 광범위하고 중요하다"며 "SEC의 행동은 법에 위배되며, 타 법원의 결정과도 상충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상고허가 신청서를 기한인 9월 6일까지 제출하기에는 대리인단의 업무량이 상당하다"며 연기를 요청했다.
대법원이 실제 연기요청을 받아들였는지, 권씨가 실제 상고신청서를 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이 무렵인 8월 중순 권씨는 한 코인 전문매체 인터뷰에서 가족 안전을 우려해 싱가포르로 거처를 옮겼다며 "때가 되면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가 하면, 서울남부지검에 변호임 선임계를 제출하는 등 공식적으로 방어권 행사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9월 초 몰래 싱가포르에서 출국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세르비아로 넘어가 버렸고, 그달 말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은 도주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뒤늦게 적색수배를 발령했다.
이같은 점을 두루 고려하면 권씨가 미 대법원에 제출한 연기 요청서를 포함, 공식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 듯 연막을 피우며 도피에 필요한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권씨가 향후 처벌 강도를 낮추려는 심산으로 미국 당국의 관할권을 부정하는 주장을 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한 데다, SEC와 현지 검찰이 가상자산에 증권성이 있다는 판단을 선제적으로 내리며 사법처리의 토대를 마련해둔 상태다.
반면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에 불과한 데다, 가상화폐가 증권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과 법도 전무하기 때문이다.
다만 권씨 측은 현재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구금돼 재판을 앞둔 상황으로, 테라·루나 폭락 사건 관할권과 관련해서는 당분간 입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권 대표의 몬테네그로 현지 법률 대리인인 보이스라브 제체비치 변호사는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 중 어느 국가로 송환되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노 코멘트'라며 답변을 거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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