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또 '친북 심포니' 공연…"김정은 규탄" 맞불시위도
北찬양곡 끼워넣기로 유명한 우륵교향악단 콘서트에 탈북민·한인들 항의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친북 성향 교향악단의 공연이 또 열려 탈북민과 일부 한인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2일(현지시간) 뉴욕시 맨해튼 카우프먼뮤직센터에 따르면 재미 교향악단인 '우륵 심포니 오케스트라'(우륵교향악단)는 이날 저녁 이 뮤직센터 머킨홀에서 '꽃피는 4월의 봄'이라는 주제로 128차 콘서트를 열었다.
친북 성향 재미 음악인 리준무(미국명 크리스토퍼 리)씨가 이끄는 우륵 심포니는 매년 2∼3회 머킨홀에서 정기 공연을 하면서 클래식 음악 사이에 북한 찬양 음악을 슬쩍 끼워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리 공개된 이날 레퍼토리는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21번, '라 트라비아타'의 '아리아' 등 잘 알려진 클래식 명곡들이지만, 이번에도 중간에 친북 성향 음악을 연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지난 2016년 9월 공연에서 '발걸음' 등 북한 노래 3곡을 끼워넣은 사실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유력지에서도 크게 기사화한 바 있다.
지난해 2월 125차 콘서트에서는 '2월은 봄입니다', '내 고향의 정든 집' 등 북한곡과 외국곡을 연주했다고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가 공개적으로 전했다.
특히 9월 공연의 경우 주유엔 북한대표부 인사들뿐 아니라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까지는 유엔총회 참석차 방미하는 북한 외무상 등 고위급 인사도 대부분 직접 방청해왔다.
오는 15일 북한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을 기념해 열린 것으로 보이는 이날 콘서트에도 주유엔 북한대표부 인사들이 일부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김성 대사도 방청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매년 몇 차례씩 되풀이되는 친북 음악회에 반발하는 항의 시위도 공연장 바로 앞에서 열렸다.
국제탈북민인권연대 마영애 대표 주도로 뉴욕 재향군인회, 뉴욕·뉴저지 베트남 참전 유공자 전우회, 구국동지회, 이승만·박정희 기념회 등 50명 이상이 카우프먼뮤직센터 앞에서 "대한민국에 미친 핵도발을 자행하는 김정은 정권을 규탄한다"고 반발했다.
시위대는 "미사일 광신자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로!", "리틀 로켓맨의 범죄를 위한 심판의 시간!", "미사일을 쏘는 동안 주민들은 굶주린다" 등의 피켓과 태극기, 성조기를 들고 북한 정권을 비판했다.
마씨는 "인권 초강대국인 미국에서 아직도 북한 찬양 연주회가 열린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며 "공연장에 들어가려는 미국인들에게 '북한 찬양 음악회'라고 알려주니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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