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안 썼다고…이란 모녀, '요구르트 피습'에 당국 처벌까지
가해 남성도 체포영장…"히잡 미착용 여성은 자비 없이 처벌"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에서 한 남성이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들에게 유제품을 쏟아부었다. 피습 여성들은 히잡 미착용 혐의로 당국의 처벌도 받게 됐다.
2일(현지시간) 사법부가 운영하는 미잔 통신에 따르면 이슬람 시아파 성지 마샤드 인근 마을의 한 상점에서 한 남성이 여성 두 명에게 요구르트를 의도적으로 쏟아부었다.
남성은 모녀 관계인 이 여성들이 히잡을 쓰지 않은 것을 문제 삼고,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진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남성이 여성들과 승강이를 벌이다가 범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이 논란이 되자 사법부는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과 이들을 공격한 남성을 모두 처벌하겠다고 발표했다.
사법부는 여성에게 유제품을 뿌린 남성의 행동이 이슬람 율법상 금지된 행위였다며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고 설명했다.
'요구르트 공격' 피해 모녀는 히잡을 쓰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최근 이란 당국은 히잡 미착용 여성에 대한 처벌 방침에 변화를 줄 여지가 없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내무부는 성명을 통해 히잡은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국가 기반 중 하나이며 "양보하거나 관용을 베풀 여지가 없는 원칙"이라고 밝혔다.
앞서 호세인 모세니-에제이 사법부 수장은 "히잡 반대는 이슬람공화국과 그 가치에 대해 적대감을 보여주는 것이며 미착용 여성에 대해서는 자비 없이 처벌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도 최근 연설에서 "히잡 착용은 종교적으로 필요하고, 법으로도 지키도록 규정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란 지도층의 히잡 관련 발언은 '히잡 시위' 이후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여성이 늘어난 가운데 잇따라 나왔다.
그간 이란 당국은 반정부 시위 촉발 후 히잡 착용과 관련한 단속을 엄격하게 시행하지 않아 왔다.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에서는 지난해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이 촉발한 반정부 시위가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인권단체에 따르면 이란 당국이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하면서 지금까지 시위 참가자 500여 명이 숨졌고, 2만여명이 체포됐다.
logo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