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잇단 국제행사로 자신감 피력…세계평화 수호 이미지 강조

입력 2023-03-31 13:00
중국, 잇단 국제행사로 자신감 피력…세계평화 수호 이미지 강조

베이징 발전포럼 직후 하이난에 2천여명 초청해 보아오포럼 개최

개방확대·경제회복 강조하고 '보호무역 반대' 외치며 미국 비판



(하이난=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31일 폐막한 '중국판 다보스' 보아오 포럼은 중국이 지난 25∼27일 베이징에서 개최한 발전고위급포럼과 함께 중국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처음으로 세계 주요 인사를 초청한 대규모 국제행사다.

중국은 포럼 기간 '개방 확대'를 거듭 약속하는 동시에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강하게 피력하며 세계를 향해 자국에 투자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또 미국 주도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과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하며 신냉전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통해 세계평화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 개방확대·경제회복 강조…"세계 경제 기둥 될 것"

중국은 포럼 기간 세계를 향해 개혁·개방을 강조하며 시장 접근을 확대하고 경영 환경 최적화를 위한 새로운 조치를 약속했다.

경제 지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자국 경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총리 선출 뒤 첫 공개 연설에 나선 리창 총리는 개막식에서 "세계가 어떻게 변하든 우리는 시종일관 개혁·개방과 혁신 드라이브에 전념할 것"이라며 "세계 경제 발전의 동력을 주입해 세계 각국과 중국의 발전 기회를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식 통제 경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며 기업들의 투자를 당부한 발언이다.

또 "3월 경제 상황이 1∼2월보다 좋아졌다"며 "우리는 중국 경제라는 거대한 배가 바람을 타고 험한 파도를 헤치며 안정적으로 멀리 나아가도록 해 세계 경제 발전에 더 크게 기여할 능력과 자신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개막식이 끝난 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사회로 주요 참석자들과 간담회를 했고, 이 자리에서도 개방 확대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한국 측 인사들도 일부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번 중국 방문 기간 미국이 한국 등 각국 기업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 생산능력 확장에 제한을 가하는 이른바 '가드레일' 규정과 관련해 중국 측 인사와 만나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 취재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포럼이 코로나19 극복을 과시하는 자리라는 해석도 나왔다.

포럼 주최 측은 2천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실내 행사에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으면서 행사장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보다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다.



◇ 미국 민주주의 정상회의 맞불…"우리는 세계평화 수호자"

중국은 포럼 기간 반도체 등 핵심 산업 영역에서 대중국 압박을 이어가는 미국을 향해 각종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리 총리는 개막식에서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야 세계 경제 발전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다"며 "일방적인 제재, 블록 경제, 한쪽의 편을 들거나 신냉전으로 흐르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란 단어만 없을 뿐 중국의 추격을 막기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에 나선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등 세계 120여명의 지도자가 전날 화상으로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을 견제하는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중국 고위 관료들도 "세계화에 역행하는 추세가 확실히 증가하고 있다"(자오천신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라거나 "일부 국가는 남중국해 지역에 군사력 배치를 확대하며 의도적으로 모순을 확대하고 있다"(눙룽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며 미국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자국에 대해서는 평화 중재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리 총리는 "우리는 세계 평화의 건설자이자 세계 질서의 수호자"라며 "우리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국가 간 차이와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고려한 듯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중국의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포럼 기간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중국은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나라이자 북한에 진정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며 "지금은 북한에 도발을 자제하라고 조언하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라고 말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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