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입막음' 기소는 시작?…트럼프, 사법리스크 줄줄이 대기

입력 2023-03-31 11:06
수정 2023-03-31 13:46
'성추문 입막음' 기소는 시작?…트럼프, 사법리스크 줄줄이 대기

1·6의회난입·기밀유출 특검 수사중…뉴욕주는 주내 사업 영구금지 추진

"민형사 사건 적체…처리속도 더 늦춰지며 내년 대선 복잡해질 것"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역대 전·현직 미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형사 기소되는 불명예를 안은 가운데 내년 대선 재도전을 앞둔 그의 앞에는 다른 민·형사 사건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 주요 언론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대배심은 30일(현지시간) 성인 배우에게 성추문 입막음을 위한 돈을 지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결정했다.

이 사건은 '스토미 대니얼스'라는 이름의 전직 포르노 배우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지난 2006년 혼외정사를 언론에 폭로할 가능성을 우려해 침묵을 지키는 대가로 그에게 13만달러를 지급했다는 내용이다.

전직 미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전례가 없고 정치적 후폭풍과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되나, 수많은 송사에 휘말려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으로 맞닥뜨릴 도전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블룸버그 통신과 CNN 방송은 전했다.

블룸버그는 민형사 사건들의 적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대파가 원하는 만큼 소송에 속도가 붙기 더 어려워졌다면서 이런 상황이 내년 대선을 더 복잡하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장 두드러진 사건은 지난해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연방 의회 난입 사태다.

하원 의회난입조사특위는 조사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 폭동을 전후로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시도했다는 증거를 발견했으며, 그에 대한 기소를 법무부에 권고하는 조사 보고서를 내놓았다.

미 법무부가 임명한 특별검사 잭 스미스가 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스미스 특검이 이 사건에 대해 법무부에 언제, 어떤 권고를 해야할지 정해진 일정은 아직 없다.

스미스 특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압수한 100여 건의 기밀 문건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하원 특위 과정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다량의 기밀문서를 플로리다 자택으로 반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일로 수사당국이 이례적으로 전직 대통령의 자택을 압수 수색하는 상황도 빚어졌다.

2020년 대선과 관련해서는 조지아주의 개표에 개입한 의혹으로 조지아주에서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애틀랜타 풀턴 카운티 검사장인 패니 윌리스는 대선 당시 트럼프가 브래드 래펀스퍼거 조지아주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선 결과를 뒤집으라고 종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기소를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 2일 통화에서 "나는 1만1천780표를 찾기를 원한다"고 말하는 음성이 공개된 바 있다.

그밖에 1·6사태와 관련해서는 민주당 의원 12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에 대한 공격을 선동했다며 그를 고소했고, 다수의 의회 경찰관도 신체 상해와 인종차별을 저지른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경제적 측면에서 트럼프 일가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사건은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이 지난해 9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성인 자녀 3명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 환수 소송이다.

제임스 장관은 트럼프 일가가 부동산 가격을 부풀리는 등 수법으로 광범위한 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2억5천만달러(약 3천200억원)의 부당이득 환수와 이들 4명의 뉴욕주 내 사업 영구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엘리자베스 진 캐럴이 성폭행과 관련해 제기한 소송도 진행 중으로, 뉴욕에서 법원 심리가 다음 달 25일 열릴 예정이다.

캐럴은 2019년에 낸 책에서 1990년대 중반 뉴욕의 백화점 탈의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했는데, 트럼프가 "그녀는 내 타입이 아니다"라고 조롱하자 명예훼손 소송을 냈다.

또한 캐럴은 지난해 11월 뉴욕에서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중단하는 특별법이 시행되자마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성폭력 혐의로도 고소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본인이 다른 사람이나 기업을 고소한 사건도 여러 건이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기자이자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인 밥 우드워드가 자신과의 인터뷰를 엮은 오디오북을 발간한 데 대해 동의 없이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우드워드와 출판사 사이먼 앤드 슈스터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또한 조카인 메리 트럼프가 자신의 세금 정보를 뉴욕타임스(NYT)에 제공했다며 메리와 NYT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