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발언대] "광고주 돈 낭비, 막아줍니다"
다채널 광고 통합관리 플랫폼 개발 엄수원 아드리엘 대표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웹사이트 같은 온라인 채널을 이용하는 디지털 광고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작년 발표된 제일기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 광고시장은 2021년 31.5% 성장해 연간 규모로 7조원대에 처음 올라섰다. 시장 점유율에서도 디지털 분야가 방송(28.6%)·인쇄(11.9%) 매체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첫 과반인 53.7%를 기록했다.
디지털 매체로 광고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광고주 입장에선 다양한 채널에 싣는 광고물에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 성과 지표를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는 솔루션의 필요성이 커졌다.
2017년 중소기업 광고주를 대행하는 온라인 광고 관리 플랫폼으로 출발한 아드리엘은 이 문제를 푸는 서비스로 애드테크(광고기술)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행보를 보이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를 이끄는 엄수원(36) 대표를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삼봉로 94빌딩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났다.
◇ 일하면서 느낀 불편한 점, 주력사업 아이템으로
엄 대표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마케팅 시장은 매년 16% 정도씩 성장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온라인 채널이나 스마트폰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대행업체를 포함한 광고주 측 입장에선 수많은 플랫폼에 게재한 광고의 성과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그 효과를 따져 광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그러나 이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해 주는 변변한 국내 솔루션이 없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마케팅 업계에선 담당자의 업무 과중이나 잦은 야근, 그리고 데이터 취합 오류 등으로 인한 광고비 낭비 문제가 피하기 어려운 일로 받아들여졌다.
두 번째 창업으로 아드리엘을 세운 엄 대표가 주목한 것은 바로 그 부분이었다.
"스타트업 사장을 해보니 마케팅이 어려웠어요. 합리적인 비용으로 광고하고, 또 편하게 그 성과를 받아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느낀 불편한 점들을 첨단 IT 기술을 활용해 개선해 보기로 한 거죠."
아드리엘이 다양한 규모의 브랜드와 대행업체를 목표 고객으로 삼아 내놓은 디지털 광고 통합 관리 솔루션인 애드옵스(AdOps)는 4개 축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한 번의 클릭으로 다양한 채널에 광고를 자동으로 올려주는 애드런치(AdLaunch)와 여러 채널에 게재한 광고의 성과를 수집해 하나의 대시보드를 통해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아드리엘 비아이(Adriel BI)는 상용화 버전으로 출시됐다.
2019년 초 선보인 애드런치는 지금까지 6천800여 곳의 국내외 업체가 사용했다고 한다.
엄 대표는 애드옵스의 핵심 기능인 아드리엘 비아이에 대해선 여러 채널에 게재한 광고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면서 실적을 관리하고 개선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작전판이라고 설명했다.
광고에 얼마의 돈을 써서 얼마만큼의 성과가 나왔는지 단순하지만 자세히 보여주어 광고주 측의 비용을 줄여주고 업무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드리엘 비아이는 작년 초 본격 서비스를 시작한 뒤 편리성과 유용성을 높이 산 국내외 200여 곳의 업체가 유료 고객이 됐는데, 이 중에는 LG전자와 태양의서커스 같은 대기업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태양의서커스는 이전에 많은 공연 광고의 성과를 취합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해요. 우리 솔루션을 쓰고 나서는 담당자 한두명 몫의 일이 줄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엄 대표는 두 솔루션으로 지난해 1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며 특히 아드리엘 비아이 부문에서 전년 대비 8배의 외형 성장을 이뤘다고 말했다.
아드리엘 서비스의 다른 두 축으로는 생성형 AI인 GPT를 기반으로 광고물을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애드젠(AdGen)과 채널별 광고 효율성을 분석해 집행 예산 배분을 최적화하는 애드옵티마이즈(AdOptimize)가 있다.
베타 버전이 나온 애드젠과 애드옵티마이즈는 성능 고도화 과정을 거쳐 올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엄 대표는 "스타트업 같은 소기업이 쉽게 광고하고, 대기업 입장에선 효율적으로 마케팅 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솔루션들"이라며 사용성이 좋은 데다가 경쟁업체 서비스에 비해 저렴한 편이어서 해외 고객이 많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 부부 창업 성공 사례로 주목…"항상 아이디어 공유"
엄 대표가 남편인 올리비에 뒤센느(38) 씨와 공동으로 세운 아드리엘은 국내에서 성공한 부부 창업 사례로도 주목받고 있다.
엄 대표는 창업 이후 줄곧 CEO(최고경영자)로서 마케팅, 재무, 경영, 인사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까지 CTO(최고기술책임자) 직책을 겸임했던 뒤센느 씨는 제품개발과 미래기술 연구를 관장하는 CPO(최고제품책임자)로 뛰고 있다.
"스타트업은 창업자들끼리 싸워서 와해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부부가 함께하면 그럴 위험이 훨씬 적은 게 사실이죠. 늘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일 얘기를 언제든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여섯 살 된 딸을 키우는 엄 대표는 부부 창업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프랑스 출신인 뒤센느 씨는 미국 카네기멜런대학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은 기계학습 알고리즘 분야 전문가라고 한다.
서울과학고·서울대(화학·경영학 복수전공)를 거쳐 파리공립경영대학원(HEC Paris) 재무금융학 석사 과정을 밟은 엄 대표는 대학생 시절 어학연수를 하던 미국에서 남편을 만났다.
두 사람은 결혼 후인 2014년 인공지능 솔루션 개발업체인 솔리드웨어로 첫 창업 경험을 쌓았다.
기계학습 기술을 활용해 고객 신용위험 분석 결과의 정밀도를 높이는 금융기업용 솔루션을 내놓은 솔리드웨어는 설립 8개월 만에 100억원대 가치를 인정받아 팔렸다고 한다.
엄 대표는 인공지능과 금융 데이터 관련 기술업체들이 주목받던 시기여서 좋은 가격에 솔리드웨어를 매각하고 아드리엘로 제2창업에 나설 수 있었다며 솔리드웨어와 아드리엘의 기술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좋은 인사이트를 도출해 낸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 북미 중심 글로벌 진출 박차…"부끄럽지 않은 제품·서비스로 승부"
현재 전체 팀원이 70명 규모인 아드리엘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공급하는 글로벌 업체로 도약하는 기반을 닦고 있다.
엄 대표는 "북미 쪽에 직원 세 명이 흩어져 있는데, 새로운 실리콘 밸리로 부상하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세일즈와 고객관리를 담당하는 팀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고객사가 많이 늘고 있다"며 작년 초 10% 수준이던 해외 고객 비중이 지금은 20%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지역적으로는 아드리엘 비아이를 중심으로 오대양 육대주에 전부 고객이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현재 전체 매출의 20% 정도가 해외에서 발생하는데, 올해 말에는 절반 이상으로 이 비중이 커질 걸로 전망했다.
그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점과 해외 경쟁업체들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원하는 자료를 제공해 주는 것이 해외 고객을 끌어들이는 주된 배경으로 분석했다.
아드리엘은 지난해 150억원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21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엄 대표는 "세계 시장에서 활동하는 몇 안 되는 한국의 B2B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라는 점을 투자자들이 높게 사준 것 같다"며 매출이 늘고 있는 데다가 자금 운용도 안정적인 상황이라서 추가 투자를 받을 계획이 당장은 없지만 내년쯤 더 큰 성장을 위한 투자 유치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국내 고객사로부터 아드리엘이 한국 회사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미국 회사인 줄 알았다는 거죠. 한국에서 출발한 회사이지만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제품과 서비스로 더 크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앞으로 5~10년 안에 세계 1위 디지털 광고 관리 플랫폼 기업으로 아드리엘을 키우는 것이 목표라는 엄 대표는 사업이 잘돼 돈을 많이 벌면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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