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인니 U-20월드컵 박탈에 "할말 잃어…선수들 힘들어 해"
팬들, 애도 화환 보내며 실망…"정치, 축구에 간섭하지 못하게 막아야"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인도네시아가 오는 5월로 예정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유치권을 박탈당하자 인니 U-20 대표팀을 이끄는 신태용 감독이 "가슴 아프다는 것 외에는 할 말이 없다"라고 말했다.
30일 CNN인도네시아 등에 따르면 신 감독은 자카르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일에 대해 "어린 선수들의 꿈과 희망이 없어진 것에 가슴이 아프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3년 반 동안 준비한 월드컵이라서 나도 기분이 복잡하고 힘든데 우리 선수들은 얼마나 힘들까"라며 "이번 월드컵에 출전했다면 어린 선수들이 크게 성장할 기회가 됐을 것이고 인도네시아 축구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됐을 것인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신 감독은 팀 분위기에 대해 "우리가 훈련하면서 선수들도 자신감이 붙고 팀도 완전체로 만들어지면서 예선 통과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었다"라며 "선수들의 실망감이 매우 크고 지금 많이 힘들어한다"라고 설명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개최권을 박탈당했어도 본선 진출권은 유지된다면 정상 훈련에 들어가겠지만 아직은 모르겠다"라며 "축구 협회장이 돌아오면 이야기를 들어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선수들의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것이 우선이어서 정상적인 훈련을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신 감독의 말처럼 선수들은 개최권 박탈 소식에 눈물을 흘렸으며 일부 선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땀과 시간, 에너지, 피를 쏟아부었지만, 정치적 이유로 한순간에 모든 것이 날아갔다"라며 실망감을 표하기도 했다.
또 많은 축구 팬들은 인도네시아 축구협회(PSSI)로 애도의 화환을 보내는 등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축구팀 팬클럽 수장인 이그나티우스 인드로 씨는 정치권은 물론 정부와 PSSI조차 축구에 간섭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라며 "개최권 박탈은 인도네시아의 실패"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U-20 월드컵을 유치했지만, 이스라엘이 본선에 진출하자 이슬람 형제국인 파키스탄을 박해하는 이스라엘 선수단의 입국을 거부해야 한다는 반이스라엘 여론이 형성됐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이런 여론에 편승하면서 논란을 이어갔고, 일부 강성 무슬림들은 이스라엘 선수단이 입국하면 이들을 납치하겠다고 협박하자 FIFA는 결국 인도네시아의 유치권을 박탈했다.
laecor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