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이스라엘 안보장관의 사병?…'국가 경호대' 설립추진 논란
"사법정비 연기 용인한 대가" 관측도…"반정부 시위 탄압에 쓰일 우려"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사법부 무력화 입법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간) 입법 절차를 오는 5월에 시작되는 크네세트(의회)의 여름 회기까지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 직전 네타냐후 총리는 연정 내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인 이타바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을 면담했다.
사법부 무력화 입법이 중단되면 연정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온 벤-그비르 장관은 당시 입법 연기 선언을 용인하는 대가로, '국가 경호대'(National Guard) 설립 추진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 총리의 약속을 받아낸 벤-그비르 장관은 이틀만인 29일 경호대 설립 계획과 일정을 구체화해 발표했다고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벤-그비르 장관이 공개한 경호대 설립에 관한 내각 결의안 초안을 보면, 이 조직은 2천명가량의 군 복무 대상자로 구성되며 지휘권은 국가안보장관에게 있다.
결의안에는 이 조직이 '민족주의자 범죄'(nationalist crimes) 및 테러 대응 및 필요한 지역에서의 통치권 강화'에 동원될 예정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내각이 결의안을 채택하면 총리실, 국방부, 법무부, 재무부, 경찰과 군이 참여하는 경호대 설립 위원회가 꾸려지고, 이 위원회가 경호대의 활동 범위와 지휘 체계, 관련 예산 등의 밑그림을 그린다.
또 이 과정에서 현재 점령지인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 성지 등에서 질서유지 활동을 하는 국경 경찰의 기능 일부를 경호대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된다.
이후엔 벤-그비르 장관이 위원회의 결정 사항을 토대로 경호대 설립을 위한 입법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벤-그비르 장관은 "경호대의 활동은 빈발하는 비상 상황 때문에 전통적이고 핵심적인 임무를 소홀히 했던 경찰이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과 국경 경찰을 관할하는 벤-그비르 장관이 기존 조직과 기능이 겹치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고 직접 운용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경호대가 벤-그비르 장관의 사병(私兵) 조직처럼 움직이며 점령지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정착촌 운동가들을 지원하거나, 반정부 시위를 탄압하는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법 정비 반대 시위 과정에서 경찰에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가 일부 간부들의 반발과 저항에 부딪혔던 벤-그비르 장관이 경찰력을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기 위해 이런 조직을 창설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경호대 설립 계획을 반대하며 거리 시위에 나섰다.
29일 밤 텔아비브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은 일간 하레츠에 "네타냐후가 민주주의에 관한 논쟁을 애국주의-안보 문제로 돌리려 한다. 벤-그비르의 민병대는 그를 위한 창(槍)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이스라엘 시민권 연합은 검찰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경찰에서 분리된 경호대는 이스라엘의 민주주의를 흔들고 평등한 법 집행을 방해할 것이다. 또 법 집행을 정치화하는 것은 물론, 경찰력이 중복되는 문제도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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