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사고 안타깝지만"…규제 완화 속도 내는 미 공화당
노스캐롤라이나 의회, 주지사 거부권 무력화하고 총기규제 완화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미국의 초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느슨한 총기규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지만 보수성향 주에선 오히려 보란 듯 총기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주의회가 이날 주지사의 반대를 뚫고 핵심 총기 규제를 완화했다.
공화당이 다수인 노스캐롤라이나주 하원은 이날 찬성 71표, 반대 46표로 '보안관 사전점검제'에 대한 민주당 로이 쿠퍼 주지사의 '법안 거부권'을 무효화한 것이다.
앞서 하루 전 마찬가지로 공화당이 압도적 다수인 상원도 재적 3분의 2가 주지사의 거부권 무효안에 찬성한 바 있다.
주 상·하원에서 모두 주지사의 거부권 무효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보안관 사전점검제'는 이날 즉각 폐지됐다.
기존에는 권총 구매를 위해 연방정부의 범죄기록 조회와 별도로 지역 보안관을 통해 적성검사를 받고 범죄 경력을 조회하는 등 사전 점검을 거쳐야 했지만, 이날 의회 표결에 따라 이런 절차는 모두 사라졌다.
앞으로는 연방 정부 차원의 범죄기록 조회 등만 거치면 총기 상점이나 연방정부가 허가한 대리점에서 바로 권총을 살 수 있다.
쿠퍼 주지사와 민주당 의원들은 사전 점검제가 폐지되면 가정폭력범 등 위험한 인물이 총기에 접근하기 쉬워지고, 당국의 범죄 예방 기능이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반면 총기 찬성론자들은 연방정부 차원의 범죄경력 조회가 계속 진행되고 있고 범죄 예방효과도 실제로는 크지 않다는 이유로 사전점검제 폐지를 주장해왔다.
팀 무어 주 하원의장은 이날 보안관 사전점검제 무효화에 대해 "연방 수정헌법 2조(무기소지권)를 지지하는 우리 주 주민들의 오랜 목표였다"면서 "마침내 이 법이 결승선을 통과했다"고 환영했다.
노스캐롤라이나뿐만 아니라 공화당이 우세를 점하고 있는 주에선 잇따르는 총기사고에도 총기 규제를 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27일 어린이 3명 포함 6명의 사상자를 낸 내슈빌 초등학교 총기사고가 발생한 테네시주에선 사고 당일 연방 법원에서 허가 없이 권총을 소지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을 기존 21세에서 18세로 낮추는 결정이 내려졌다.
테네시주 의원들은 교사의 무기 휴대를 강화하고 대학 학생들도 교정에서 더 자유롭게 총기를 갖고 다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올해 제출했다.
켄터키와 오하이오, 네브래스카, 텍사스, 버지니아 등지에선 공화당 의원들이 '총기 프리 존'을 제한하거나 신원조회를 없애는 등 총기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공화당의 규제완화 정책 덕분에 허가 없이 총기를 휴대할 수 있는 주는 현재 25개로 2020년에 비해 9개 주가 늘어났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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