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에 팽귄에' 세계 곳곳 해양생물 해변서 떼죽음 왜
기후변화 인한 이상기후, 해수온도 상승 등 원인 추정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지난 한 해 세계 곳곳 해변에서 고래 등 해양생물이 떠밀려와 떼죽음을 당하는 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바닷물 온도 상승 등과 연관됐을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미국 남동부 플로리다에선 물고기들이 무더기로 죽었고 미 북동부 뉴저지에선 고래들이 좌초했다.
뉴질랜드에선 성게, 불가사리, 가재 등이 해변에 떠밀려왔다. 호주의 한 강에선 썩은 물고기 수백만 마리가 강물의 흐름을 꽉 막을 정도였다.
동유럽 폴란드에서도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등 전 세계에서 담수와 바다에서 사는 생물이 대규모로 죽어 나가 과학자들이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일단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물속에 더 많은 조류가 증식하고 이에 따라 물속의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플로리다에선 심각한 적조현상으로 수많은 물고기가 해안으로 떠밀려 와 죽었다. 지난여름 미 서부 샌프란시스코만에서도 비슷한 적조현상으로 물고기 수천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바 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기후변화 탓에 비교적 깊은 수심의 해수가 평소와 다른 시기에, 다른 강도로 수면 쪽으로 용승(湧昇)하면서 서부 해안에 갑작스러운 조류가 증식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조류가 더 잘 증식하는 깊은 해수가 수면에 가까운 쪽으로 상승, 얕은 수심의 조류 증식 속도가 가팔라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후 온난화의 영향에 더 따뜻해진 물 온도도 조류 증식에 유리한 조건이 된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온도가 오르는 바닷물 또는 해양 폭염 탓에 해양 생물들이 원래 살던 서식지에서 밀려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질랜드 해안에서는 어린 펭귄 수백마리가 지난해 6월 물에 떠밀려 와 죽었다. 현지 환경 당국은 기후변화 때문에 펭귄이 위험을 무릅쓰고 더 깊고 추운 물속으로 들어가 먹이를 찾으려다 이런 비극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펭귄은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으며 먹잇감을 찾는 것이 더 어렵게 되고 심해 포식자들에 잡아먹힐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연안 해운 등 인간의 활동이 고래 등 해양 포유류의 집단 사망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겨울 미국 북동부 해안에선 고래와 돌고래가 연속으로 해변에 떠밀려 와 죽었다.
국립해양대기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 초까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뉴욕에 이르는 해변이나 그 언저리에서 12마리가 넘는 혹등고래와 몇몇 멸종위기종 북방긴수염고래가 다시 물로 못 돌아갔다. 최근에는 뉴저지에 돌고래 8마리가 떠밀려와 죽었다.
뉴저지 관리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대양 온도와 물속 화학성분 변화가 고래의 먹이인 물고기를 육지 쪽에 더 가깝게 끌어당기는 바람에 먹잇감을 좇는 고래가 해운사 선박과 충돌할 위험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부검에서도 고래 사인 다수가 배에 치였기 때문일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