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총장 "자포리자 원전 보호원칙에 러·우크라 동의해야"
"원전 주변 군사활동 증가 명백"…안전구역 설정 대신 시설보호 개념 제안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교전 속에 방사능 사고 우려가 끊이지 않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에서 최근 군사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며 시설 보호 필요성을 강조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29일(현지시간) 자포리자 원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전 주변의 군사 활동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원전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원칙에 동의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로시 총장이 원전 시설 보호 원칙을 언급한 것은 IAEA가 자포리자 원전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제시했던 안전구역 설정 방안을 다소 변경한 제안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IAEA는 자포리자 원전 주변을 비무장 안전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수용해 달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측을 설득해왔지만 뚜렷한 진척을 보지 못했다.
유럽 최대의 원자력 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은 작년 2월 개전 후 러시아가 부지를 점령하고 있고, 시설 운영은 우크라이나 원전기업이 맡아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각각 다른 사람을 원전 소장으로 발령할 정도로 운영권을 둘러싼 다툼이 끊이지 않았고, 원전이 속해 있는 자포리자주(州)는 최근에도 공방이 이어지는 격전지가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리 주체나 방식 등을 놓고 또 다른 갈등을 부를 수 있는 안전구역 설정 방안을 관철하기보다 원전 시설 자체의 안전부터 우선 보장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IAEA는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로시 총장은 "내가 말하는 것은 원전 시설을 공격하지 않는 것을 포함해 특정한 안전 원칙 내지 약속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동의해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그로시 총장은 자포리자 원전 주변 지역을 시찰했다. 그가 이 원전을 찾은 건 작년 9월 첫 방문 후 이번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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