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정, 아웅산 수치 고문 소속 정당 해산
새 선거법 따라 재등록 요구…미등록 40개 정당 자동 해산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미얀마 군사정권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소속 정당을 비롯한 40개 정당을 해산했다.
29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군정은 기존 정당 중 63곳이 새 선거법에 따라 재등록을 신청했으며, 수치 고문의 NLD(민주주의민족동맹) 등 기한 내에 등록하지 않은 40곳은 해산된다고 전날 국영 매체를 통해 전했다.
군정은 지난 1월 새로운 선거법을 발표하면서 각 정당에 2개월 이내에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재등록하도록 했고, 그렇지 않은 정당은 자동으로 해산된다고 밝혔다.
새 선거법은 정당의 총선 참여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정·당원 기준을 뒀다. 군정이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분류한 정당이나 후보의 총선 출마를 금지했다.
정당은 등록 후 3개월 이내에 최소 10만 명의 당원을 모아야 한다. 2020년 총선 당시보다 100배 늘어난 인원이다. 6개월 이내에 전국 330개 타운십(구) 중 절반 이상에 사무소를 열고 후보를 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따라서 사실상 반대 세력의 총선 참여를 차단하고 장기 집권하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왔다.
NLD로서는 주요 인사들을 줄줄이 체포하는 등 군부 탄압으로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 데다 군정이 추진하는 총선에 참여할 의사도 없었다.
NLD 측은 "우리 당이 해산됐다고 군정이 말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우리는 사람들의 지지 속에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LD는 수치 고문이 지난 1988년 민주화 항쟁 당시 야권 인사들과 창당한 정당이다. 1990년 총선에서 승리했으나 군정이 정권 이양을 거부했다.
이후 민주화 투쟁을 계속한 NLD는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반세기 넘는 군부독재를 종식하고 첫 문민정부 시대를 열었다.
2020년 11월 총선에서도 압승을 거뒀으나 군부는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이듬해 2월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후 수치 고문을 비롯한 반군부 진영 인사들을 가두고 저항 세력을 무력으로 진압해왔다.
군정은 애초 올해 8월께 총선을 치르겠다고 했으나, 최근 들어 저항 세력의 테러로 인한 국가 불안정을 이유로 총선 연기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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