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문 잠근채 현장 떠나"…멕시코이민청 화재, 사망40명으로(종합)
쇠창살 뒤 화염 뒤로한 채 이탈…탈출구 폐쇄해 피해 커졌을 가능성
유족·야당 "정부 책임" 성토…대통령 "항의 이주민의 방화가 원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68명의 사상자를 낸 멕시코 이민청(INM) 화재 참사 당시 직원들이 출입문을 잠근 채 현장을 벗어났다는 정황이 제기됐다.
28일(현지시간) 멕시코 일간지 밀레니오와 텔레디아리오, 레포르마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30분께 북부 치와와주 시우다드후아레스 이민자 수용소 화재 때 직원들이 출구를 열지 않고 시설을 떠났다는 의혹이 나왔다.
현지 지역 매체에서 확보한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에는 이민청 직원 2명이 쇠창살 넘어 화염을 뒤로한 채 어디론가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내부에서 출입문을 발로 걷어차는 이민자도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민청 직원들의 잘못된 판단이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실상 유일한 탈출구를 폐쇄하면서 피해자가 늘었다는 주장이다.
사망자 가족과 친지들은 이날 참사 현장 앞에서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야당 의원들도 이번 사태에 연방정부 책임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운동 소속 호르헤 알바레스 마이네스 하원 의원은 "정부와 이민청 과실로 이주자들이 희생된 것"이라며 "그들이 빠져나갈 수 없도록 문을 잠근 게 가장 큰 화근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국민행동당 로사 마리아 곤살레스 아스카라가 하원 의원 역시 "70명 안팎 되는 인원도 통제하지 못하고 삽시간에 사형 선고를 내린다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며 이민청을 성토했다.
이에 대해 집권당인 국가재건운동 소속 의원들은 "현재의 이민법은 야당 주도로 가결돼 시행됐다"고 반박하며 비극을 정쟁으로 끌고 가지 말라고 촉구했다.
앞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화재 원인에 대해 "추방돼 (본국으로) 옮기게 된 이주자들이 항의 과정에서 매트리스에 불을 질러 발생한 것으로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불을 낸) 이주자들은 이 끔찍한 비극을 예견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시설에 있던 이주자들이 대부분 중미 출신이라고 덧붙였다.
과테말라 이민 당국은 사망자 중 28명이 자국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멕시코 측에서 수용소에 있던 베네수엘라인들이 매트리스에 불을 붙였다고 알려왔다"고 부연했다.
이 시설에는 온두라스, 베네수엘라, 엘살바도르, 콜롬비아, 에콰도르 국적 성인 남성 68명이 있었다고 멕시코 검찰은 밝혔다.
멕시코 이민청은 법무부 및 검찰과 함께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멕시코 대통령은 "모든 조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대변인을 통해 철저한 조사와 함께 안전한 이주 경로 확보를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멕시코 이민청은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와 오악사카를 지나 북부까지 이동한 뒤 미국 접경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돈을 요구한 베네수엘라 또는 타 국적자 이주민을 식별하고 단속하는 활동을 했다고 현지 매체인 엘우니베르살은 보도했다.
아이들을 동원한 주전부리 판매 강요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었다고 이민청은 덧붙였다.
검찰은 이번 화재와 단속 간 연관성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화재로 다친 29명 중 1명이 더 숨져, 사망자는 총 40명으로 늘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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