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화되는 北 핵위협에 고개드는 '핵무장론'…가능성은(종합)
NPT 회원국 의무 감안할때 현재로선 추진 불가능
정책옵션에서 배제한 상태…내달 한미정상회담 결과 변수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북한의 대남 핵위협이 갈수록 노골화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이 확산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한 자리에서 "무기급 핵물질생산을 전망성 있게 확대하며 계속 위력한 핵무기들을 생산해내는데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언급은 지난해 9월 8일 핵무력 법제화를 통해 핵무기를 방어용이 아닌 공격용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을 천명했으며, 지난 19일 평안북도 철산군에서 전술탄도미사일을 발사해 동해 목표 상공 800m에서 폭발시키는 핵탄두의 성능 실험을 했고, 지난 24일에는 핵무인수중공격정을 공개한 뒤 나왔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의미를 갖고 있다.
지상과 공중, 나아가 수중에서도 불시에 핵 공격을 할 수 있음을 과시한 것이다. 특히 미국의 전략무기인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함'이 이날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는 가운데 북한이 이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핵무기가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앞으로도 북한은 미국과 그 핵심동맹인 한국과 일본을 겨냥한 다양하고도 많은 전략·전술 핵무기의 위력을 공개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러시아가 최근 벨라루스에 전술핵 배치를 결정하면서 국내 여론은 요동치고 있다.
주로 국내 정치인들이 핵무장론을 제기하는 양상이다. 대표적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전술 핵무기로 한국을 겨냥한다는 의도가 구체화하는 상황에서 안보에 있어서 어떤 부분이 보완되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한국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또 27일에는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이젠 선입견을 내려놓고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핵무장을 통해 역설적으로 남북이 핵 감축으로 나아가고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정치인들의 핵무장론 제기는 변화하는 국내 여론의 흐름을 바탕으로 한다. 최종현 학술원 조사를 비롯해 올들어 공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국의 독자 핵개발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과반을 훌쩍 넘게 나온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1월 11일 국방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북핵 위협이 더 심각해지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전술핵을 배치하거거나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독자 핵개발 방안은 현시점에서 가능할까.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이고, 회원국의 의무를 생각하면 당연히 가능하지 않다. 한국의 독자 핵개발은 그 자체로 국제적인 비확산체제의 심각한 훼손을 의미한다.
NPT체제내 P5(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에 속한 미국과 중국이 한국의 핵개발을 용인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미국이지만 행정부내 핵 비확산 세력의 막강한 영향력은 여전하다. 이 때문에 한미 양국 정부는 현 단계에서 이 방안을 정책 옵션에서 배제한 상태다.
게다가 한국이 핵개발을 추진하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받을 경우 철저하게 수출주도형인 한국 경제에 미칠 치명적인 타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한국은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 일부 원자력 과학자들이 0.2g이라는 소량의 우라늄을 실험 삼아 비밀 농축한 일이 발각돼 국제사회에 공개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등 호된 홍역을 치룬 적도 있다.
한마디로 자체 핵보유의 길을 택할 경우 그에 따른 대가가 현재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미국과의 동맹관계 훼손, 그리고 경제적 파장 등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내외 저변의 기류는 크게 변화하고 있고, 이런 기류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정부의 고민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달 있을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제시할 확장억제 강화방안에 대한 국내 여론의 반응 등이 주목할 변수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4월)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과 관련해 확장된 확실한 (핵) 억지력을 확보하도록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길 바란다"면서 "미사일 발사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까지 감행한다면 더 이상 말로만 대응을 그칠 수 없다. 핵은 핵으로만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lw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