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형 행성 '트라피스트-1 b' 온도 첫 측정…생명체 확인 진전
웹 망원경, 2차 일식 때 0.1% 적외선 빛 변화 포착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에서 약 40광년 떨어진 '트라피스트(TRAPPIST)-1' 행성계의 일곱 행성 중 하나인 트라피스트-1 b의 온도가 적외선 형태로 발산되는 열에너지를 통해 측정됐다.
태양계의 암석형 행성처럼 크기가 작고 온도가 높지 않은 외계행성이 내는 빛을 포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트라피스트-1과 같은 M형 왜성을 도는 외계행성이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곳인지를 확인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으로 제시됐다.
28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에임스 연구센터' 천체물리학자 토머스 그린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의 중적외선장비(MIRI)를 이용해 트라피스트-1 b의 온도를 측정한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를 통해 발표했다.
행성의 낯 면 온도는 약 500 켈빈(450℉)으로 측정됐으며, 대기를 가질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라피스트-1은 태양 질량의 9%에 불과한 초저온 적색왜성(M형 왜성)으로, 태양∼수성 거리에 일곱 개의 행성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행성은 모두 지구와 비슷한 크기를 갖고있으며 여섯 개가 암석형 행성이다.
가장 안쪽에서 도는 트라피스트-1 b는 태양∼지구 거리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궤도를 1.51일 주기로 돌면서 지구가 받는 태양 에너지의 네 배에 달하는 빛에 노출돼 있다. 생명체 서식 가능 영역 내는 아니지만 트라피스트-1 행성계 내 다른 행성의 상황이나 M형 왜성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관측 대상이 됐다.
M형 왜성은 우리 은하에 태양과 같은 별보다 열 배나 많고, 암석형 행성을 갖고 있을 가능성도 두 배나 높다. 하지만 이런 별도 청년기에는 매우 활동적이라 다량의 에너지를 돌발적으로 쏟아내는 플레어와 X선으로 주변 행성의 대기를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블과 스피처 우주망원경을 이용한 이전 관측에서는 대기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연구팀은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행성의 온도를 측정했다.
트라피스트-1 b가 조석력으로 한쪽 면만 늘 항성을 향해 있는 동주기자전 행성이라 대기가 있다면 열이 순환하며 낯 면의 온도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낮을 것이라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트라피스트-1 b가 항성 앞이 아닌 뒤를 돌 때 MIRI로 빛의 변화를 측정하는 '2차 일식 광도측정'(secondary eclipse photometry) 기술을 이용했다.
트라피스트-1 b가 가시광을 내지는 못해도 적외선 빛은 발산하는 만큼 항성과 행성의 전체 적외선 빛에서 2차 일식 때의 항성 빛을 빼 행성이 내는 적외선 빛을 통해 온도를 산출했다.
항성은 행성보다 1천 배 이상 밝아 밝기 변화는 0.1% 이내였다. 웹 망원경 이전의 어떤 망원경도 이를 포착할 수 없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5차례에 걸쳐 2차 일식을 관측했으며, 컴퓨터 모델을 통해 온도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 대기 없이 암석으로만 된 암체와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연구팀은 "온도가 높지 않은 암석형 행성에서 방출되는 열을 포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외계행성 발견에서 정말로 중요한 진전"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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