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직 상실' 印 야당지도자 "모디 총리, 아다니 비호" 반격

입력 2023-03-26 12:30
'의원직 상실' 印 야당지도자 "모디 총리, 아다니 비호" 반격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정치 명문가 출신이자 야당 핵심 지도자인 라훌 간디가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대기업 아다니 그룹 간 유착 관계에 이의를 제기하다가 의원 자격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26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간디 인도국민회의(INC) 전 총재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다음 연설에서 아다니가 언급되는 것에 대해 모디 총리는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간디 전 총재는 그들은 그런 연설이 의회에서 이뤄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의원직을 박탈당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하지만 의원직 박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총리와 아다니는 어떤 관계인가라는 질문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주의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어떤 것이라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간디 전 총재는 지난 24일 하원 사무국에 의해 의원 자격이 박탈됐다.

하원 사무국은 지난 23일 수라트 지방법원이 간디 전 총재에 대해 명예훼손죄를 적용, 징역 2년 형을 선고하자 곧바로 이런 조치를 취했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의원이 2년형 이상을 선고받을 경우 직을 잃게 된다.

수라트 법원은 간디 전 총재의 2019년 총선 유세 발언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간디 전 총재는 당시 유세에서 "어떻게 모든 도둑은 모디라는 성(姓)을 갖고 있느냐"고 말했다.

간디 전 총재가 전날 모디 총리와 아다니 그룹과 관계를 거론한 것은 이번 법원 판결과 하원 사무국의 조치에 모디 총리가 영향력을 미쳤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우탐 아다니 회장이 1988년 창립한 아다니 그룹은 불과 30여 년 만에 인도 최대 물류·에너지 기업으로 초고속 성장했다.

현재 아다니 그룹은 항구·공항 운영 등 인프라 사업을 필두로 석탄, 가스 등 자원개발·유통과 전력 사업까지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급성장 과정에서 모디 총리와 유착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지난 1월에는 공매도 업체 힌덴버그 리서치가 주가조작, 분식회계 의혹 등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다니 회장과 모디 총리는 모두 서부 구자라트주 출신이며, 모디는 2001∼2014년 구자라트주 총리를 역임했다. 이번 법원 판결이 나온 곳도 구자라트주다.

이와 관련해 모디 총리가 이끄는 여당 인도국민당(BJP)의 지도자 라비 샨카르 프라사드는 전날 "BJP는 결코 아다니를 비호한 적이 없으며 특정인을 공격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간디 전 총재가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간디 전 총재는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의 증손자이자 인디라 간디 전 총리의 손자다. 아버지는 라지브 간디로 역시 총리를 역임했다.

대를 이어 인도 정치계를 주름잡았던 네루-간디 가문은 간디 전 총재가 2014년, 2019년 총선에서 잇따라 모디 총리에게 패하면서 급격히 쇠락하고 있다.

현재 하원 543석 가운데 BJP는 과반인 302석을 차지한 반면 INC의 의석수는 51석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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