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업은 MS 검색 '빙' 국내 사용자 '쑥'…검색 판도 바꿀까
빙, 이달 들어 2주만에 7배 급증…에지 앱은 올해 3달만에 67% 올라
관건은 AI검색 품질과 시점…일각선 "네이버·구글 꺾기 쉽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인공지능(AI) 챗봇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기술을 적용해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 검색엔진 '빙' 사용자가 국내에서 최근 급속도로 늘고 있다.
물론 아직 다른 포털에 비해 이용자가 미미한 수준이지만, 이런 기세를 이어 2010년대 이후 국내 검색 시장 '빅3' 판도를 공고히 지켜온 네이버와 구글, 카카오 '다음'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NHN데이터의 데이터 아카이브 '다이티 블로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검색엔진 유입률(검색 점유율)은 네이버 62.81%, 구글 31.41%, 다음 5.14%다. 빙은 야후, 바이두 등과 합한 '기타'(0.23%)에 속해 당시만 해도 존재감이 없는 수준이었다.
◇ 연일 늘어나는 빙 앱 사용자…'기본이 빙' 에지도 덩달아 증가
26일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빙 모바일 앱 구글 플레이스토어 일간 활성 이용자는 집계가 시작된 지난 4일 749명에서 약 2주 뒤인 지난 22일 5천274명으로 7배 넘게 증가했다.
사용자 수는 지난 14일까지 800명을 넘지 못하다가 정보기술(IT) 블로그와 커뮤니티 등에서 입소문을 타며 15일 이용자가 1천50명, 17일 1천350명으로 올랐다. 20일부터는 3천343명으로 급증하는 분위기다.
모바일인덱스는 아직 빙 앱의 애플 앱스토어 이용자 분석은 제공하지 않고 있어, 앱스토어 이용자까지 집계하면 30%가량 추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픈AI의 AI 챗봇 기술이 적용된 빙 앱은 지난달 말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 미리보기 버전으로 출시된 뒤 점차 일반에 공개됐다. MS가 대화형 AI 기술을 탑재한 새로운 빙을 발표한 지 보름 만이다. 오픈AI에 따르면 빙에 장착된 AI 기술은 챗GPT와 유사하지만, 챗GPT 그 자체는 아니다.
빙을 기본 검색엔진으로 둔 MS '에지'(Edge) 브라우저 앱의 플레이스토어·앱스토어 합산 국내 이용자 수도 최근 급속도로 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에지 앱 일간 활성 이용자는 집계를 시작한 2020년 5월 2일 1만360명에서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며 올해 1월 1일 3만4천21명으로 2년 8개월에 걸쳐 약 2만4천명이 불어났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부터 눈에 띄게 그래프 기울기가 가팔라졌고, 지난 22일 이용자는 5만6천770명이 됐다. 올해 석 달 만에 2만2천여명(약 67%)이 급증한 것이다. 에지 앱 역시 지난달 말 오픈AI 기술 탑재 버전이 미리보기로 출시된 바 있다.
생성형 AI를 장착하고 대화형으로 검색할 수 있는 새 버전의 빙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모바일인덱스 분석에는 앱 이용량만 반영되기에 일반 브라우저를 통해 빙에 접속하는 이들이나, PC로 에지를 사용하는 이들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실제 국내 이용자는 모바일인덱스 집계치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 세계 검색서 구글 뒤쫓는 빙…"검색 시간 줄여줘"
이미 빙은 세계에서 오랫동안 검색의 절대강자였던 구글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정보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지난달 7일부터 지난 20일까지 빙 방문자 수는 15.8% 증가했지만, 구글 검색 방문자 수는 1% 가까이 줄어들었다. 또 앱 시장 분석 사이트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빙 신규 버전 출시 후 앱 다운로드 건수가 세계적으로 8배 늘어났지만, 구글 검색 앱은 2% 줄었다.
실제 빙 앱을 써본 국내 이용자들은 구글 등을 통한 검색보다 정보 탐색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호평했다.
직장인 정성도(36) 씨는 "빙에서는 AI 챗봇이 사용자에게 어떤 질문을 할지 가이드라인을 줘 재질문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찾기 쉽다"면서 "검색한 뒤 정보를 선별하기까지 시간이 훨씬 줄어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정 씨는 아직 식당 후기 검색 등은 네이버나 구글이 더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 일제히 AI 챗봇 개발 나선 포털…"빙 인기 유지할진 의문"
AI 챗봇 기술을 업은 빙이 네이버와 구글, 다음의 점유율을 누르고 국내 검색의 떠오르는 샛별이 될 수 있을지는 결국 기존 포털들이 선보일 AI 검색의 '품질'과 '시간'이 관건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자체 AI 기술을 고도화해 빙을 얼마나 빨리 견제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상반기 중 AI 챗봇을 탑재한 '서치GPT'를 출시할 계획이고, 카카오도 이르면 올해 3분기 내 챗GPT에 대응한 AI 챗봇 서비스 '코챗GPT'를 선보인다. 구글은 지난 21일 챗GPT의 경쟁 제품인 AI 챗봇 '바드'를 미국·유럽에서 제한적으로 출시했고, 영역을 넓혀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네이버와 구글이 장기간 국내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활용도를 보유해 우위를 유지하지 않겠느냐는 견해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지식iN, 블로그, 카페 등에 쌓아온 국내 맞춤 데이터와 한국어 특화 AI가 있고, 구글도 바드의 단점을 보완하며 검색 품질을 고도화할 역량이 충분하다고 본다"면서 "기존 포털이 AI 검색을 정식 출시한 뒤에도 빙이 인기를 이어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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