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의기투합' 시진핑, 대유럽 관계개선 모색 순항할까

입력 2023-03-24 11:14
수정 2023-03-24 17:52
푸틴과 '의기투합' 시진핑, 대유럽 관계개선 모색 순항할까

스페인·佛 정상 잇달아 방중 예정…시, 우크라전쟁 중재노력 부각할듯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20∼22일 방러를 통해 러시아와의 반미 전략연대를 공고히 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다음 단계 외교 목표로 유럽과의 관계 개선에 주력할 전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달 30일 중국을 방문하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31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이어 4월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을 잇달아 베이징에서 만날 예정인 것으로 중화권 매체들에 보도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라인의 최고위직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23일 에마뉘엘 본 프랑스 대통령 외교고문과 통화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24일 밝혔다. 내달 초로 알려진 마크롱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조율하기 위한 차원으로 비쳤다.

올해 초만 해도 중국은 미국과 유럽을 향해 동시에 올리브 가지를 흔들었다.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더 꼬여버린 대서방관계를 안정화함으로써 최대의 국정 과제인 경제 회복에 전념하려는 의중이 읽혔다.

그러나 2월 '정찰 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 갈등 와중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이 무기한 연기되고, 미국의 중국 기업 제재와 반도체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뒤따르면서 중국 외교의 스텝이 꼬였다.

결국 미국과의 조기 관계 개선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 선 듯 중국은 지난 7일 친강 외교부장의 기자회견 등에서 미국에는 각을 세우고, 유럽에 대해서는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아 정치적 해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며 중재 외교에 나설 뜻을 밝힌 것도 개전 이후 중국이 러시아의 편에 선 것으로 여기는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의 측면이 없지 않다.

앞으로 시 주석이 대유럽 정상외교에서 소기의 관계 개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에는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변수가 작지 않을 전망이다.

시 주석을 만나러 올 유럽의 리더들이 모두 우크라이나 진영에 서 있기에 시 주석으로서는 중국이 '중립 코너'에서 평화 협상 중재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변하는 동시에, 유럽이 압박 중심인 미국의 대중국 노선을 따르지 말 것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팡중잉 쓰촨대 교수(국제관계학)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평화 노력은 지난해 러시아와의 '상한선 없는' 관계를 선언한 것이 비판을 불러일으킨 뒤 자신들 입장을 다시 정립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 주석이 유럽과의 정상외교에서 우크라 전쟁 중재 외교의 동력을 되살리며 대유럽 관계 개선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시 주석의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구상은 당장 푸틴 대통령으로부터도 '서방이 먼저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조건부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또 외신을 통해 보도된 시 주석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도 성사 여부가 미지수인 상황이다. 결국 시 주석의 대유럽 관계 개선을 위한 여건이 양호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정상회의 참석 후 취재진에게 "시 주석이 우크라이나 평화와 관련해 어떤 입장인지 직접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한 평화가 언제 도래할지, 그 논의를 시작할 조건은 우크라이나 스스로가 정해야 한다는 점을 (시 주석에게) 이야기해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