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라치오 구단, '히틀러 아들' 셔츠 입은 팬 영구 입장 금지
'만치노법'에 따라 최대 18개월 징역형 가능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라치오 구단이 독일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의 이름이 적힌 라치오 셔츠를 입은 팬에게 극약 처방을 내렸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에 따르면 라치오 구단은 22일(현지시간) '히틀러손'(Hitlerson·히틀러의 아들)이라는 이름과 등번호 88번이 새겨진 라치오 셔츠를 입은 팬을 영구 출입 금지 조처했다고 발표했다.
이 팬은 지난 19일 로마의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열린 라치오와 AS 로마의 '로마 더비'에서 해당 셔츠를 입은 모습이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돼 큰 파장을 낳았다. 88은 '하일 히틀러(Heil Hitler·히틀러 만세)'를 뜻하는 극우주의자들의 은어로 알려져 있다.
로마 경찰 당국은 경기장 내 CCTV 화면을 분석해 이 팬의 신원을 확인한 뒤 검거해 조사 중이다.
이 팬은 해당 셔츠가 노출되지 않도록 겉옷을 걸치고 경기장에 입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 팬과 파시스트 경례를 함께 했던 다른 2명의 팬도 함께 조사받고 있다.
셋 다 라치오 극성팬으로, '히틀러손' 셔츠를 입은 팬은 독일 국적, 나머지 두 명은 루마니아 국적으로 확인됐다.
라치오 구단은 세 명 모두에게 영구 출입 금지 조처를 내렸다.
안사(ANSA) 통신은 '히틀러손' 셔츠를 입은 팬은 1993년 제정된 이른바 '만치노법'에 따라 최대 18개월의 징역형과 6천 유로(약 840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종, 민족, 종교 차별과 증오 범죄 선동에 연루된 사람들을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이 법은 당시 내무장관이었던 니콜라 만치노의 이름을 따서 '만치노법'으로 불린다.
라치오 구단은 세 명의 팬이 "차별과 반유대주의의 행태를 보였다"며 이들과 구단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라치오의 극성팬들은 폭력과 인종차별, 반유대주의로 악명이 높다.
2017년 10월에는 라치오의 일부 팬들이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희생자 안네 프랑크가 AS 로마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의 벽보들을 경기장에 붙여 큰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올해 1월에는 레체 수비수 사무엘 움티티와 공격수 라멕 반다가 라치오 원정 팬들에게 인종차별적인 모욕을 당했고, 결국 움티티는 경기 종료 후 눈물을 흘리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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