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스라엘의 폐쇄된 정착촌 출입금지 해제에 이례적 대사초치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의 초강경 우파 연정이 강제 폐쇄됐던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에 유대인의 출입을 다시 허용하는 입법을 강행하자, 미국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고 이스라엘 언론이 22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전날 마이크 헤르조그 주미 이스라엘 대사를 불러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의 '철수 계획 실행법'(Disengagement Law, 이하 철수법) 개정에 항의했다.
웬디 셔먼 부장관의 헤르조그 대사 면담 후,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요르단강 서안 북부에 정착촌 건설을 금지한 철수법을 이스라엘 의회가 무력화한 데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셔먼 부장관과 헤르조그 대사가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과 유대교 명절인 유월절, 기독교 축일인 부활절을 앞두고 긴장을 부추기는 행동이나 표현을 자제하는 것의 중요성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일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주미 이스라엘 대사가 예정에 없던 국무부의 호출을 받은 것은 수십 년 만의 일이라며, 이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 간 관계 악화를 나타낸다고 해석했다.
일간 하레츠도 철수법 개정을 둘러싸고 전례를 찾기 어려운 미국 측의 이례적인 항의였다고 논평했다.
이번 대사 소환 상황을 잘 아는 복수의 관리들은 국무부의 성명에 미국의 심각한 우려가 담기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다른 한 관리는 셔먼 부장관과 헤르조그 대사의 면담에서는 앞서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이 공개적으로 밝힌 메시지 정도 수준의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파텔 부대변인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 의회의 실행법 개정을 '특별히 도발적인' 행위로 평가하고, 미국 정부가 극도로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은 아리엘 샤론 전 총리, 네타냐후 총리가 약속했던 것처럼, 법 개정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 정착민들이 돌아가도록 허용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 의회는 2005년 제정된 철수법 개정안을 전날 가결 처리했다.
법 개정으로 2005년 이스라엘이 21개 가자지구 정착촌 철수와 함께 강제로 유대인을 퇴거시켰던 호메시, 가님, 카딤, 사누르 등 4개 요르단강 서안 북부의 정착촌에 유대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조항이 폐기됐다.
18년 전 입법으로 강제 폐쇄됐던 정착촌들은 그동안 유대인 정착촌 운동의 상징처럼 여겨졌고, 일부 유대인들은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이 지역에 들어가 불법 정착촌을 일구기도 했다.
이번 법 개정으로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초강경 우파 정부가 주요 정책 공약으로 내걸었던 불법 정착촌 합법화가 본격 추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스라엘 정착촌 확대가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2개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한다는 구상)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요르단강 서안의 정착촌 확장 정책을 펴는 네타냐후의 이스라엘 초강경 우파 정부와 최근 몇 달간 갈등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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