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현직 주의원, '반성소수자·네오나치 집회' 참석 논란

입력 2023-03-22 13:20
호주 현직 주의원, '반성소수자·네오나치 집회' 참석 논란

시드니서 성소수자 찬반 단체 회원 500여명 충돌…2명 체포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호주 현직 주의원이 트랜스젠더의 권익을 반대하면서 나치식 경례를 하는 집회에 참석한 것이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호주 ABC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빅토리아주 멜버른 의회 건물 앞에서 트랜스젠더를 반대하는 단체의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트랜스젠더 남성이나 여성은 진짜 남성과 여성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집회에 참석한 국가사회주의네트워크라는 단체 회원 30여명은 검은 옷과 검은 모자, 검은 복면을 쓰고 나타나 시위 중 나치식 경례를 하고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구호를 외쳤다. 또 거리 행진 중에도 나치식 경례를 반복했다.

현재 빅토리아주는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갈고리 십자가)를 공개적으로 전시하는 것을 범죄화하고 있지만 '지크 하일'이라고도 알려진 나치식 경례는 금지 대상에 빠져있다.

이 집회에 현직 빅토리아주 하원의원 모이라 디밍(자유당)이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며 정치권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여당인 노동당을 비롯해 다른 당에서는 다밍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며 자유당이 다밍 의원의 처분에 소극적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피터 더튼 자유당 대표는 "어떤 형태이든 나치 지지 행위에 대해 누구보다 강력히 반대해왔다"면서 다밍 의원은 반 트랜스젠더를 지지하지만, 나치와는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다밍 의원도 자신이 반 트랜스젠더 시위에 참석한 것은 맞지만 반 나치주의자이기도 하다며 친 나치 단체가 집회에 참석하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자유당이 자신을 출당시킨다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호주 정치권에서는 나치식 경례를 비롯해 친 나치 행태에 대해 연방 차원에서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자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지난 21일에는 호주 시드니에서 성소수자 지지 단체와 이를 반대하는 극우 단체가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성소수자 권리단체인 레인보우는 호주 시드니 남서부의 한 성당 밖에서 성소수자 권익을 위한 집회 중이었는데 극우 단체 회원들이 등장했고, 자신들의 30배가 넘는 사람들이 둘러싼 뒤 돌과 병으로 가격하는 등 일방적으로 폭행 당했다고 주장했다.

현지 경찰은 사건 당일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으며 2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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