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네덜란드 中대사 "중국, 반도체 규제 참고만 있지 않을 것"

입력 2023-03-22 11:03
주네덜란드 中대사 "중국, 반도체 규제 참고만 있지 않을 것"

보복 시사…"미국이 배후에 있다는 것 분명"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네덜란드가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를 발표한 가운데 현지 중국 대사가 네덜란드에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주네덜란드 중국 대사 탄젠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네덜란드가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막는다면 "결과가 없지 않을 것"이라며 "상응 조치에 대해 추측하지 않겠지만 중국은 이것을 참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복을 시사했다.

탄 대사는 "이것은 중국에 나쁘고 네덜란드와 세계 무역에 나쁘며 우리의 관계와 경제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네덜란드는) 작은 나라이고 언제나 자유 무역의 기수였다. 중국에 판매하고 재투자를 통해 우위를 유지해 왔다"며 "미국이 이 일의 배후에 있는 게 분명하다. 그들의 정책은 동맹을 압박하고 강압, 괴롭힘, 장악을 통해 중국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8일 리에 슈라이네마허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부 장관은 의회에 보낸 보고서에서 "특정 반도체 생산 장비에 대한 기존 수출 통제 규정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규제를 여름 이전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슈라이네마허 장관은 서한에서 무역 상대인 중국이나 자국 업체인 ASML의 명칭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ASML이 생산하는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기술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그는 이 같은 결론에 도달한 이유로 '국제·국내 안보적 필요성'을 들며 "이 기술을 최대한 신속하게 감독하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국가 차원의 통제 목록을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한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9년부터 ASML이 중국에 최첨단 EUV 노광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지만, 한 세대 이전 장비인 DUV 노광장비에 대해선 수출을 허용해왔다.

그러나 기존 수출 통제 규정을 강화한다는 네덜란드 방침에 따라 DUV 노광장비 수출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폴리티코 유럽에 따르면 유럽 최대 기술 회사인 ASML은 주문 생산한 장비의 18%를 중국으로 보낸다.

탄 대사는 "안보 주장을 남용하지 말자. 이 기술(DUV 노광장비)은 전혀 첨단이 아니다. 이는 소비자용이다"라며 "중국은 수백년 간 유럽의 이익을 해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9일 정례 브리핑에서 "네덜란드가 행정 수단으로 중국 기업과의 정상적인 무역 왕래를 제한하고 간섭하는 것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며 "우리는 이미 네덜란드 측에 교섭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특정 사안에 외교 경로로 항의한 경우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SCMP는 "탄 대사의 경고는 중국 정부가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자국 거대 시장에 대한 접근을 무기화하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유럽에서 광범위하게 퍼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중국이 대만과의 관계 강화를 시도하는 리투아니아의 제품 수입을 일방적으로 금지한 혐의와 중국 통신 기업들이 외국 첨단 특허기술을 무단 또는 저가로 사용한 것을 묵인·조장한 혐의를 제기하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또 EU-중국 포괄적 투자협정(CAI)에 필요한 유럽의회의 비준 논의는 중국 당국의 위구르족 탄압 문제 등을 둘러싸고 2021년부터 중단된 상태다.

여기에 중국-중·동유럽 국가 간 '17+1 경제협력체'는 리투아니아 등이 탈퇴하면서 14+1로 쪼그라들었고, EU는 중국 등에 의한 경제적 괴롭힘에 대응할 반(反)강압 장치를 논의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