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효성 부당지원' 제재없이 심의종료…"사실관계 확인곤란"
2년 조사한 공정위 심사관 "효성, 부실계열사 진흥기업에 이익 몰아줘"
전원회의서 "제삼자보다 유리한 조건인지 확인 어렵다" 결론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효성 및 효성중공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부실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혐의에 대해 2년간 조사를 벌였지만 제재 없이 심의를 종료했다.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워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법 위반이 아니라고 확정하는 '무혐의' 결론까지 난 것은 아니지만, 심의 절차 종료로 효성은 과징금과 검찰 고발 등 제재를 피하게 됐다.
◇ 공정위 전원회의, 효성 부당지원 '심의 절차 종료'
22일 공정위 관계자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5일 전원회의에서 효성 및 효성중공업의 진흥기업에 대한 부당지원 사건 심의 절차를 종료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심의 절차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심의절차 종료'는 '무혐의'와는 다르다. 무혐의는 사실관계를 따졌을 때 혐의가 없을 때 내리는 결론이지만, 심의절차 종료는 사실관계 자체를 확인하기 어려워 혐의 유무 여부도 확정할 수 없을 때 내리는 결론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무혐의가 아니기에 '면죄부'를 주는 형태는 아니다"라며 "이런 (부당지원) 혐의에 대해 의심은 가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심사관 "이익 부당지원", 전원회의 "제삼자보다 유리한지 확인 어려워"
앞서 2020년 효성 부당지원 관련 신고를 받은 공정위 심사관은 2021년 4월 현장조사를 벌이면서 본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공정위 심사관은 2012∼2018년 효성(2018년 중공업·건설사업이 신설법인으로 이전된 후에는 효성중공업)이 워크아웃 대상기업인 계열사 진흥기업에 건설사업 이익을 부당하게 몰아줬다고 판단했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민간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설공사를 단독으로 수주하기 어려운 진흥기업의 경영실적 달성을 위해 효성이 공동 수주에 나섰고, 수주·시공에 진흥기업이 기여한 정도보다 더 많은 이익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효성과 진흥기업이 공동수주한 건설사업 27건 중 9건은 효성이 주간사인데도 지분율 절반 이상이 진흥기업에 배정됐다. 9건의 사업 매출액은 5천378억원, 매출이익은 761억원이었다.
2013년 8∼12월 진행된 루마니아 태양광 발전소 설치 공사에서도 효성이 진흥기업에 중간하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역할에 비해 과다한 이익을 몰아줬다고 봤다.
위법성 판단을 위해서는 효성이 진흥기업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 지원한 것이 확인돼야 한다.
그러나 공정위 전원회의 위원들은 효성이 진흥기업에 얼마나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줬는지, 그에 따른 과다한 이익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확인하기 어려워 위법성 판단도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효성이 제삼자와 거래했다면 지분율을 어떻게 나눴을지 알 수 없어 비교가 어렵다는 것이다.
◇ '재벌 봐주기' 지적도…공정위 "일관된 법 집행하고 있다"
공정위 전원회의가 무혐의나 심의절차 종료로 사건을 끝내는 일이 흔치는 않지만 종종 있었다.
2020년에는 한화그룹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일부는 무혐의, 일부는 심의 절차 종료를 결정했고 2021년에는 원주∼강릉 철도 공사 입찰 담합 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다만 윤석열 정부 들어 전원회의의 심의 절차 종료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물연대 고발과 최태원 SK 회장 지정자료 누락 미고발에 이어, '친기업' 정부 기조에 맞춰 공정위가 또 '재벌 봐주기 심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봐주기'라고 하기보다는 사안별 특성을 봐야 한다"며 "사안별로 법원 판결 동향 등을 다 짚어가며 심의 과정에서 일관된 법 집행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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