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마른 B급 비우량채 비중 1%로 뚝…펀드 과세특례 마중물 될까
올해 BBB+이하 회사채 발행비중 1% 남짓…소외현상 극심
금투업계, 하이일드펀드 과세특례 국회 통과에 기대감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가뜩이나 회사채 시장 내 소외가 극심한 B급 신용도 비우량 회사채의 발행 비중이 올해 들어 1%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회에서 하이일드펀드 과세특례 도입이 9부 능선을 넘자 업계에서는 위축된 비우량채 투자심리에 활기가 돌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전체 회사채 발행 규모는 30조4천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 신용등급이 BBB+ 이하인 비우량 회사채의 발행 규모는 3천440억원으로 전체 발행량의 1.13%에 불과했다.
비우량채의 발행 비중은 최근 몇 년간 한 자릿수에 그쳐왔다. 그나마 2021년(4.7%)과 지난해(4.3%)의 경우는 4%대를 지켰던 비중이 올해는 1%대로 내려앉았다.
특히 올 초 회사채 시장에 때아닌 훈풍이 불며 연초 강세가 뚜렷했던 지난 1월에도 비우량채 비중은 0.5%에 그쳤다.
범위를 넓혀 비우량채의 범위에 A등급까지 포함해도 소외현상은 여전했다. A등급 및 BBB+ 이하 신용등급 회사채의 발행 비중은 2021년 19.4%, 지난해 14.0%였으나 올해는 11.3%까지 떨어졌다.
최근 경기침체 우려가 비우량채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킨다는 분석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001500] 연구원은 "최근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하이일드 채권 리스크는 더 커졌기 때문에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그동안 시장에서 비우량 회사채가 소화된 것도 채안펀드 등 정부 지원을 받은 측면이 크지, 시장이 정상화됐기 때문으로 보기는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시장 내 비우량채가 씨가 마른 상황에서 업계는 최근 국회에서 개정이 추진 중인 하이일드펀드 과세특례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16일 하이일드펀드의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과세 특례를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조세소위에서 의결했다.
투자금액 합계가 3천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등의 일정 요건을 갖추면 해당 펀드로 얻은 이자 및 배당소득을 종합소득과세 표준에서 배제하는 내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비우량 회사채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일드펀드 활성화로 비우량채 수요가 일정 수준 확보되면 채권 발행·유통으로 돈을 버는 증권사들로서는 수익 기반이 강화되는 효과, 자산운용사들은 최대 6조원(2021년 하이일드펀드 순자산 총액)의 시장이 생기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하이일드펀드는 비우량 등급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의 큰 수요처"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의 모험자금 공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비우량채 시장이 활성화하려면 근본적인 생태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등 해외에서는 정크본드로 자금을 조달한 비우량 기업이 좋은 경영 성과를 내 상급 시장으로 이동하는 선순환 구조가 갖춰진 반면, 국내 시장은 우량채 위주로만 수요가 얇게 형성돼 있다"며 "이에 비우량 기업들이 자본시장으로 나오기보다 은행 대출을 이용하는 풍토가 강하다"고 밝혔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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