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학폭 피해학생 사망 '일파만파'…학교장 해임·주민 시위
학교 측, 괴롭힘 신고 묵살 정황…"돌로 가격당해" 진술도 나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미주 대륙 최대 규모 피라미드 유적지로 잘 알려진 멕시코 테오티우아칸 지역 한 학교에서 10대 여중생이 동급생에게 구타를 당해 사망한 사건과 관련, 이 학교의 교장이 전격 해임됐다.
17일(현지시간) 엘우니베르살과 레포르마, 밀레니오 등 멕시코 주요 일간지들에 따르면 멕시코주 교육 당국은 최근 불거진 학교폭력 피해 중학생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당 학교의 교장을 해임했다.
이런 결정은 전날 저녁 내려졌고, 곧바로 유족에게도 통보됐다.
14살이었던 중학생 노르마 리스베스는 지난달 21일 평소 자신을 괴롭혀 온 아이들의 호출을 받고 나간 자리에서 다른 여학생과 다투게 됐는데, 이 자리에서 사실상 일방적으로 얻어맞았다.
곧바로 교장에게 불려 간 두 학생은 다음 달부터 한 달간 정학 처분을 받았다. 징계 기간에는 원격으로 필요한 교육을 받도록 했다.
또 부상에 대한 치료비용은 각 가정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하고 마무리했다.
리스베스는 그로부터 3주 정도 지난 13일에 자택에서 쓰러져 숨졌다. 사인은 머리 부분 외상이었다.
이와 관련해 폭행 피해 당일 '상대학생이 돌을 들고 머리를 여러 차례 가격했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나왔다고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보도했다.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된 당시 '싸움' 영상을 보면 실제 리스베스가 머리 부분을 여러 차례 얻어맏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영상은 동급생들이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았다"는 리스베스는 평소 학교에서 신체적·언어적 괴롭힘을 당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괴롭힘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됐는데, 다소 까무잡잡한 피부를 비하하는 동급생도 있었다고 한다.
유족들은 그간 학교 측이 괴롭힘 신고를 묵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담당 직원이 리스베스 상황을 알고 있었는데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지역사회는 가해 학생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간호사의 꿈을 꾸던 어린 소녀가 괴롭힘으로 인해 불행하게 목숨을 잃었다"며 학교까지 거리 행진 시위를 벌이며 항의하기도 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유족에 대한 지원을 지시했다.
경찰과 검찰은 리스베스를 사망에 이르게 한 폭행 관련자들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교육청은 교내 사각지대 보안 카메라 설치 등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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