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발언대] "AI 디자이너 시대 열어 갑니다"

입력 2023-03-18 07:03
수정 2023-03-20 08:15
[스타트업 발언대] "AI 디자이너 시대 열어 갑니다"

디자인해주는 AI 솔루션 개발 신기영 디자이노블 대표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미국 스타트업 오픈AI가 한층 진화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의 챗봇(챗GPT)을 작년 11월 공개한 뒤 생성 AI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크리에이티브(창조적) 컴퓨팅 기술로 불리는 생성 AI는 글자(텍스트)와 이미지 등으로 구성된 온갖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해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결과물을 내놓는다.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고 미개척 분야도 많아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먼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패션 분야에 특화한 생성 AI 전문기업 디자이노블이 주목받고 있다.

생성 AI 기술을 응용하는 사업에 일찌감치 관심을 기울여 성과를 보는 스타트업이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서울 테헤란로 대동빌딩에 있는 사무실에서 신기영(38) 디자이노블 공동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 본격적인 AI 디자이너 시대 연다

2017년 출범한 디자이노블은 포항공대 계열 회사라는 얘기를 들을 만하다.

신 대표를 포함한 공동창업자 3명이 모두 포항공대에서 공부하며 연구 활동을 했고, 포항 본사와 서울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전체 팀원(20여명)의 절반 이상이 포항공대 출신이어서다.

한양대 경영학과를 나온 신 대표는 포항공대에서 IT융합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았다.

어릴 적부터 경영인이 되는 꿈을 키웠다는 그는 대학을 나와 삼성전자에 입사했지만, 미래 산업을 주도할 첨단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일념으로 1년 만에 든든한 직장을 포기하고 포항공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훌륭한 경영인이 되려면 기술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신 대표가 이후 창업 경험을 한 차례 쌓은 뒤 한국IBM을 거쳐 두 번째로 세운 회사가 디자이노블이다.

디자이노블의 사업 모델은 두 축으로 이뤄져 있다.

하나는 상품성 높은 디자인을 생성할 수 있는 AI를 비롯해 비즈니스 의사 결정에 도움받을 수 있는 AI 솔루션을 패션·유통 기업에 제공하는 것이고, 다른 한 축은 테스트 베드(시험대) 형태로 이 솔루션을 적용해 패션 상품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B2C 사업이다

솔루션의 핵심은 AI가 인터넷 공간 등에 산재한 방대한 패션 관련 데이터를 학습해 사용자의 요구에 맞춘 다양한 디자인을 제시하거나 잘 팔릴 가능성이 큰 상품을 추천하는 기능이다.

원하는 색상이나 디자인을 입력하면 텍스트와 이미지, 그래프 형식의 답변을 얻는다. 이 솔루션을 이용하면 패션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디자이너 등의 역할과 관련해 AI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신 대표는 "상품기획부터 디자인, 제조, 유통·판매에 이르는 패션 분야의 가치 사슬 가운데 제조 외의 나머지 부분을 AI가 돕는다"고 말했다.



디자이노블은 생성 AI에 딥러닝 기반의 차세대 검색 기술로 불리는 '벡터 서치'를 적용한다.

신 대표는 "모든 데이터는 의미나 맥락을 갖고 각자의 독특한 값을 갖는다"며 개별 값들이 표현하는 것을 한층 더 빠르게 정확하게 찾아주는 것이 벡터 서치라고 말했다.

디자이노블은 창업 이듬해인 2018년 12월 생성 AI로 디자인한 첫 패션 상품을 선보였다.

국내 한 대기업과 협업해 내놓은 이 상품은 미국 전자상거래 대기업 아마존이 자체 브랜드(PB) 상품 제조에 생성 AI를 활용하겠다고 했던 시기보다 앞선 것이라고 한다.

신 대표는 '생성적 적대신경망'(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으로 불리는 갠(GAN)을 활용한 미국 스티치픽스사의 AI 디자인 패션 상품이 잘 팔린다는 뉴스가 나올 때 디자이노블도 같은 기술을 만든 상황이었다며 아마존은 그 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창업해 생성 AI를 활용한 상품을 내놓은 것이 국가 기준으로 따지면 두 번째, 기업으로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였다고 해요. 그만큼 생성 모델을 일찍 시작해 노하우가 많이 쌓여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AI가 되살린 '고사 위기' 브랜드…비결은

디자이노블이 만든 생성 AI 솔루션은 소형 의류 브랜드 '달리호텔'의 실적 반등을 끌어낸 주역으로 알려지면서 패션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달리호텔은 2018년 론칭된 여성 오피스룩(사무실용 의류) 브랜드다. 하루 매출이 1천만원대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큰 타격을 받아 고사 위기로 내몰렸다.

그러나 달리호텔은 2021년 협력관계이던 디자이노블에 인수된 뒤 주간 매출이 1억원을 돌파하기도 하는 등 부활의 날개를 폈다.

달리호텔의 기존 패션 전문인력이 모두 퇴사하고 나서 비즈니스 관련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디자이노블의 B2B 솔루션 아라스(ARaaS, Analysis and Report as a Service)와 생성 AI를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브랜드 운영 방향을 바꾼 것이 주효했다.

생성 AI가 과거의 시장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제안하는 디자인으로 신상품을 내놓는 등 패션 기업의 핵심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와 머천다이저(MD) 기능을 AI가 맡도록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달리호텔의 월 매출이 우리가 인수하기 전과 비교하면 지난달 기준으로 10배가량 늘었다"며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큰 폭의 매출 성장을 이룬 배경에 어떤 비결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디자이노블이 생성 AI 솔루션의 유용성을 탐색하는 차원에서 액세서리 브랜드로 직접 내놓은 '브랜덴'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온라인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 간다는 평을 듣고 있다.

AI 제안을 바탕으로 신상품이 만들어지는 브랜덴은 큰 비용이 드는 광고를 하지 않고도 론칭 1년 만에 월 매출 3천만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디자이노블은 AI가 추천하는 디자인 등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여 나가는 전략이 효과를 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신 대표는 "야심 차게 브랜덴을 시작했는데 첫 달에 달랑 두 개 팔았다"며 지금은 한 달에 수천 개씩 팔리고 있으니 AI의 도움으로 크게 성장시킨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



디자이노블은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아기 유니콘 200' 명단에 올랐다.

이에 대해 신 대표는 2D(2차원)에서 3D(3차원)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는 생성 AI 솔루션의 성장 잠재력을 심사위원들이 공감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생성 AI가 인간의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초기 단계라고 진단한다.

"아직은 AI(인공지능)가 어느 산업에도 크게 개입하거나 활용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 '느리다. 기다리느니 내가 갔다 오는 게 빠르겠다'라는 얘기를 했다고 하죠. AI도 지금은 그 단계에 있다고 봅니다."

그는 지금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처럼 AI가 산업현장 곳곳에서 인터넷 같은 역할을 하는 시기를 앞당기는 데 일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스타트업 발언대] 디자인 해주는 AI 솔루션 개발 신기영 디자이노블 대표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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