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교수 "한국, 안보환경 험난…핵무장에 다른 나라도 이해할 것"

입력 2023-03-17 12:28
英교수 "한국, 안보환경 험난…핵무장에 다른 나라도 이해할 것"

유럽 내 '한국석좌' 라몬 파체코 파르도 교수, FP 기고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한국의 현재 안보환경이 너무나 악화된 만큼, 자체 핵무장을 결정한다고 해도 대다수 국가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영국 교수의 주장이 소개됐다.

킹스칼리지런던 국제관계학 교수인 라몬 파체코 파르도는 16일(현지시간)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자체 핵 보유론을 설명하며 이같이 진단했다.

파르도 교수는 2017년부터 벨기에 브뤼셀의 브뤼셀자유대학(VUB)에서 한국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한국석좌(Korea Chair)'를 겸임 중인 한국통이다.



파르도 교수는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 수위가 더 높아질 경우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한 발언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곧장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정진석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뒤따라 비슷한 발언을 했다"면서 "한국의 핵 논의는 더는 정치 변두리에 있지 않으며, 북한의 군사 도발이 계속되면 더 부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스스로에게 묻는 것은 핵무기를 만들 능력이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그렇게 할 때 이득이 비용보다 많겠느냐 하는 것"이라며 "한국은 이런 비용을 견딜 수 있는데, 이 비용은 핵확산금지 공동체에서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비용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파르도 교수는 그간 핵확산금지조약(NPT)이 신규 국가의 핵무기 개발을 대체로 가로막았다고 평가하고, "이란과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제재를 받은 나라 중 하나이며, 세계 경제 강국인 한국도 비슷한 제재를 받으면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한국의 현재 안보 환경이 너무나 걱정스러운 상황이며, 이에 따라 한국의 결정이 대다수에게 이해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파르도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한국이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을 따르고 있지만 북한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런 (북한의) 위협은 정확하게 한국의 도덕적, 법률적 우위를 유지해준다"면서 한국이 NPT 10조에 따라 이 조약을 철회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10조는 '자국의 중대한 이익을 위태롭게 하는 비상사태시 탈퇴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파르도 교수는 "NPT 탈퇴가 한국을 비판의 표적이 되게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핵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식이 이런 평판 비용 및 외교 손실의 일부를 경감할 수 있다고 볼만한 근거가 있다"면서 이스라엘 사례를 거론했다.

이스라엘은 공개적으로는 핵 실험을 자제하지만 핵무기 보유국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그는 "한국 군은 기술 자료를 수집하는 차원에서 최소 한차례 핵실험을 하기를 이상적으로 바랄 것"이라고도 관측했다.

파르도 교수는 특히 "한국은 핵 추진에 따른 비용을 부과할 수많은 국가에 소중한 전략적 파트너가 됐다. 한국은 협상 도구로 이런 고리를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하고 "이것이 현대 국제 관계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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