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스타트업들, SVB 붕괴에 한숨 "IT 이해할 다른 은행 없는데…"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신생 기술 기업과의 금융 거래에 적극적이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붕괴함에 따라 현지 스타트업종사자들 사이에서 그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 베리카의 최고경영자(CEO)인 케이시 로즌솔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손실이 "SVB가 제공해온 사회구조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금융사는 SVB처럼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 앞으로 벤처 대출 같은 금융 해결 수단을 찾기가 훨씬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뉴욕에서 음성 기반 소셜 플랫폼 업체 스쿼드를 창업해 운영 중인 이사 왓슨은 "SVB는 벤처캐피털 투자를 유치하기 전 초기에 우리를 진지하게 받아 준 유일한 은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SVB가 그동안 제공해온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대체할 기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첫 번째 벤처 업체는 이미 지분 매각까지 성공하고 두 번째 업체를 설립해 운영 중인 창업가 리즈 조르지 역시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며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조르지는 무려 27개 은행에서 기업 금융 거래가 거절된 끝에 스타트업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2019년 알게 된 SVB에서 계좌 개설에 성공할 수 있었고 그 뒤 "기술 기업을 이해하는" SVB와 계속 거래를 이어왔다.
WP는 스타트업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비슷한 얘기가 무수히 많다며 SVB는 지난 40년간 신생 기술 기업과 거래해오면서 벤처 생태계에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SVB는 1983년 설립된 뒤 실패가 다반사인 벤처기업을 외면하기는커녕 이들에 초점을 맞춘 금융 거래를 늘렸고 벤처기업 행사에서는 늘 스폰서로 이름을 올렸다.
붕괴 직전 이 회사 웹사이트에는 벤처캐피털 지원을 받은 미국 기업의 절반 이상과 거래 관계를 갖고 있다는 홍보 문구가 쓰여있기도 했다.
WP는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나 아마존도 수만 명을 감원할 정도로 테크 기업 성장세가 둔화하고 전망이 나빠진 상황이어서 스타트업의 우려가 한층 더 크다고 전했다.
누군가 SVB를 인수하더라도 새로운 경영진이 파산에 이른 사업 모델에 회의적일 수 있고 SVB와는 독점적으로 거래해온 스타트업들조차 앞으로는 위험 분산을 위해 여러 금융사와 거래하려 할 수도 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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