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ATL 배터리 공장 유치한 헝가리 찬반 분열

입력 2023-03-16 17:35
중국 CATL 배터리 공장 유치한 헝가리 찬반 분열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寧德時代·닝더스다이)로부터 대형 투자를 유치한 헝가리가 배터리 공장을 둘러싼 찬반 논란에 빠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헝가리 동부 미케페르치 지역 인근 농지에 건설되고 있는 이 배터리 공장은 작년 8월 헝가리 사상 최대의 외국인 투자 유치로 홍보되면서 집권여당의 환호 속에 공사가 개시됐다.



투자 규모는 78억달러 (약 10조2천억원)로, CATL이 얼마 전 독일에 지은 20억달러 규모의 공장보다 훨씬 더 크다.

하지만 현재는 반대 목소리가 커져 집권 여당인 페데스 안에서도 분열을 초래할 정도가 됐다고 NYT는 전했다.

페데스의 견고한 지지 기반인 인구 약 5천명 규모의 미케페르치 지자체장도 공장 반대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1월 열린 두차례의 지역 공청회는 당국자들을 반역자라고 부르는 함성과 주먹싸움 속에 막이 내렸을 정도로 지역 주민들의 반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반대 목소리는 처음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불거졌다. 용수 부족, 환경 오염 발생, 외국인 노동자 유입 등을 우려하는 주민들은 충분한 정보를 받기 전에는 공장 건설이 중단돼야 한다며 작년 10월부터 시위에 나섰다.

주민들은 실업자가 거의 없는 지역에서 공장이 가동된다면 외국인 노동자들만 대거 유입되면서 지역 사회가 나쁘게 변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이제 지역 주민만이 아니라 야당과 시민사회 운동가들도 가세하며 반대 목소리가 커졌다는 점이다.

지난주에는 헝가리 중앙은행장까지 나서서 배터리 공장 같은 분야의 대규모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한 경제 성장 추구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헝가리는 최근 물가 상승률이 25%로, 유럽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친중 노선을 택해온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는 광범위한 미디어 수단을 동원해 반대 움직임을 잠재우려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헝가리 출신 금융가인 조지 소로스 등 외부 선동가와 야당이 동원한 가짜 지역 주민들에 의해 반대 목소리가 퍼졌다는 식으로 묘사하며 반대에 대응하고 있다.

CATL 측도 많은 부분이 허위 정보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역 주민과 의사소통을 늘려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집권 여당이 환경 운동가들을 조지 소로스의 하수인이라고 악마화하는 등 정치가 양극화한 헝가리에서는 서로가 상대방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NYT는 전했다.

이 매체는 역시 헝가리가 중국에서 투자를 유치한 약 30억달러 규모의 고속철 공사도 부패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연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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