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하기엔 너무 똑똑한데…세계 첫 문어 양식장 논란
스페인 기업, 카나리아 제도서 연간 문어 100만마리 양식 계획
과학자들 "문어도 고통·기쁨 느껴…얼음물서 천천히 죽이는 방법 잔인"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스페인의 다국적 수산업체가 세계 최초 문어 양식장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고양이와 비슷한 지능을 가진 문어를 좁은 곳에서 대량으로 기르는 것 자체가 학대고, 찬물에서 서서히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도살 방법도 너무 잔인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국 BBC는 스페인 수산업체 '누에바 페스카노바'가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에서 매년 약 100만 마리의 문어를 식용으로 양식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가 시민단체 '유로그룹 포 애니멀'을 통해 입수한 누에바 페스카노바의 기밀문서에 따르면 이 기업은 카나리아제도 그란카나리아섬에 수조 약 1천개를 갖춘 2층 건물 양식장을 세워 연간 문어 3천t(톤)을 생산해 한국, 일본, 미국 등 프리미엄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아시아, 지중해 등 세계 곳곳의 식탁에서 사랑받는 문어는 보통 야생의 상태에서 통발 등 어구로 잡힌다.
문어가 집중적으로 양식된 적은 없다. 문어 양식법에 대한 연구는 수십 년 전부터 진행돼왔지만, 문어의 생태 환경이 워낙 까다로워 마땅한 양식법을 개발하기는 어려웠다.
누에바 페스카노바는 2019년 획기적인 문어 양식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BBC는 그러나 이 회사의 양식 방법이 문어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어는 어두운 곳에서 혼자 있기 좋아하는데 이 회사의 양식장에서는 한 수조에서 다른 문어들과 함께 계속 빛을 받으며 갇혀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건은 또한 이 양식장의 문어들을 영하 3℃의 얼음물에 넣어 서서히 죽이는 방법을 언급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방법으로는 문어가 오랜 시간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너무 잔인하다고 지적한다.
신경학자인 피터 처 다트머스대 교수는 "얼음물로 도살되는 문어들은 서서히 진행되는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며 "이는 매우 잔인하며, 허용돼서는 안 되는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문어는 고양이만큼 똑똑하다"며 차라리 어부들 방식처럼 몽둥이로 머리를 때려서 죽이는 것이 더 인간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생명과학 철학자인 조너선 버치 런던정치경제대 부교수는 문어도 고통과 기쁨을 느끼는 '지각이 있는 동물'임을 나타내는 연구가 300건을 넘는다고 전했다.
버치 부교수는 "문어의 복지를 보장하면서 양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얼음물에서 죽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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