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무인기 충돌 대치 속 '핫라인' 가동…상황 관리 모색
美 "국제법이 허용하는 어디든 비행" vs 러 "비행제한구역 완전히 무시"
양국 국방장관 통화…오스틴 "소통선 열어 오판 방지"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미국과 러시아는 흑해 상공에서 미국 무인기가 러시아 전투기에 부딪힌 사건을 놓고 15일(현지시간) 팽팽한 대치를 이어갔다.
양국은 의도성 여부 및 비행제한 구역 침범을 놓고 공방을 주고받는 가운데 고위급 대화 채널을 전격 가동, 돌발 상황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차단하고 나섰다.
미국은 러시아의 위험스러운 행동을 규탄하며 물리적 충돌에 따른 미군기 추락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냉전 이후 처음으로 발생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러시아의 공격적 행동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이 위험한 사건은 국제 공역에서 러시아 조종사들에 의한 위험하고 안전하지 않은 행동 패턴의 일부"라며 "러시아는 군용기를 안전하고 전문적인 방식으로 운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은 어디든 비행하고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군이 한층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며 "물리적 충돌의 고의성 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러시아의 공격적 행동은 고의적이었다"고 지목했다.
밀리 의장은 "우리는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러시아와 군사적 갈등을 원하지 않으며, 현시점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국제 영공에서 우리의 권리 행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당국은 일단 흑해 심해에 추락한 무인기 회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추락 이전 민감한 정보는 원격으로 삭제해 기밀 유출 의혹 자체는 제거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흑해상에 설정한 비행제한 구역을 미국이 무시했다고 주장하며 더 이상 영해 침범을 불허할 것이라고 맞섰다.
충돌 직후부터 미국은 국제공역에서의 비행에 대해 러시아가 무모하게 근접비행으로 위협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러시아는 미군 드론이 출입금지 구역을 침범해 식별을 위해 전투기를 출격했을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자국 뉴스채널 로시야24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우리가 흑해 연안에 비행제한 구역을 설정한 사실을 미국이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객관적 사실에 대한 무지는 미국이 대결적 접근을 고조하기 위해 일종의 도발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미국은 언제나 전략적 안정을 추구하는 책임 있는 강대국이라고 주장했으나 말과 행동은 달랐다"고 말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이날 국영 방송 로시야1과 인터뷰에서 전날 미 국무부에 초치된 자리에서 미국의 주장에 반박했다고 전했다.
안토노프 대사는 "토론은 차분했으며, 나는 러시아군을 상대로 제기된 모든 비난을 단호히 거부했다"고 말했다.
또한 "누구도 러시아 해역을 침범하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에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양국은 국방장관 통화를 통해 군사적 충돌의 확대는 방지하고 상황 관리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의 통화 사실을 확인했다.
오스틴 장관은 "현재 우리는 어떤 잠재적 긴장 고조 가능성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이 때문에 소통선을 열어놓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며 "즉시 전화 통화를 통해 서로에게 관여하는 것은 매우 핵심적이며, 이것이 오판을 막는 것을 돕는다"고 말했다.
양국 합참의장 역시 조만간 통화를 통해 추가적인 의견 교환에 나설 계획이다.
러시아도 대화의 필요성에 무게를 실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들과 전화 회의에서 "각국은 대화를 통해 국익을 수호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결코 건설적 대화를 피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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